일요법회 시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교도들을 볼 수 있다. 운전할 때도 새로운 길보다는 익숙한 길로 가고, 음식점도 늘 다니던 곳을 선택한다. 최근까지도 전화번호 011을 고집하고,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아 단체로 연락해야 할 때도 꼭 개인 문자를 보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변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면 과거부터 해오던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변화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현상유지편향’이라고 한다.
이언 모리스는 <가치관의 탄생>에서 “인간 가치관의 관점에서 향후 100년 동안 벌어질 변화는 지난 10만 년 동안의 변화보다 훨씬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실제 우리의 삶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노인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중년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젊은이는 미래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는 법적인 나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젊다고 해도 젊은이가 아니라는 의미다.
과거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산업 전반을 바꿔 놓는 혁신이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일상적인 게 됐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능 하나하나에 열광하던 사람들도 이제 몇 개의 기능 개선에 불과한 신제품들이 출시될 때,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산업혁명 시작 당시 영국이 자동차 산업의 리더였다. ‘레드 플래그 법(Red Flag Act, 1865)’으로 인해 영국은 독일에게 자동차 왕국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레드 플래그 법의 주요 내용은 자동차 1대에는 운전수 3인이 필요하며, 운전수 중 1인은 빨간 깃발(야간에는 빨간 등)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걸으면서 자동차 속도를 지키고, 마차나 행인들의 접근을 예고한다.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km, 도심에서는 시속 3.2km로 제한하며, 다른 시로 넘어갈 때는 도로세를 내야 한다. 이 법은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어 보이고, 자동차를 운행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지만 당시에는 법으로까지 통과됐다. 마부들이 모여 마차연맹을 만들고 의회에 로비한 결과, 영국은 마차연맹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100여 년 전 우리 원불교가 태동할 당시를 돌이켜 보면, 우리 법은 혁신을 넘어 가히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혼상제 절차를 혁명적으로 대폭 간소화했으며, 남녀차별이 아니라 남녀 간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도록 했다. 출가와 재가도 크게 구분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모든 의사결정은 민주적 방식에 의해 공의로써 채택했다. 가치관의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혁신적인 종교였다.
그런데 100년이 지나면서 사회의 변화 속도를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우리 원불교의 트레이드마크인 ‘마음공부 유기농 식품, 좌선(명상)’ 등은 이제 대중의 삶 속에서 보편화 됐고, 그 과정에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해 사뭇 안타깝다.
일반 사회는 점점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뀌어 가는데 교무님들 사회는 아직 수직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영문교전이 우리말 교전보다 이해하기가 더 쉽다는 신입교도의 말처럼 교전도 현대에 맞게 새롭게 개정돼야 하는지 등등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최근 들어 교무님 정년 연장, 정녀제도 개혁 등은 변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질 미래 사회에서 우리 원불교가 생존하는 길이 무엇인지 출가교역자는 물론이고 재가 교도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 강구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