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 의식성장의 관심 키워드의 중심에 ‘뇌’와 ‘명상’이 있다. 전통 방식의 다양한 명상법은 물론, 단기 실용적 효용을 목적하는 응용프로그램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명상을 통해 심신의 병리 현상과 증상을 완화하고 때로는 완전한 치유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러한 영적 각성과 인식의 변화 뒤에는 이 시대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과 명상과 뇌, 그리고 심신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실험, 발견, 검증의 결과들이 축적되고, 여기에 정보통합과 소통이 원활한 시대에 살게 된 덕분이다.
유튜브상에서 종교인, 수행자, 철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작가, 의사, 약사,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뇌과학자, 운동가, 예술가, 인문학자, 자기개발전문가 등등 각계각층의 전문인들은 자신의 전문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의 공부와 수행을 시대의 과학과 인문학으로 풀어내며 의식성장 로드맵을 천만방편으로안내하고 공유하고 있다.
깨달음이라고 알려진 갑작스런 인식의 전환 현상을 경험하였든, 또는 꾸준한 자기성장의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지혜와 사랑의 문을 열게 되었든, 특정종교의 권위나 교리를 세우지 않고도 사실에 바탕한 보편적 영성수업의 장이 풍요롭게 열리는 세상을 접하며 바야흐로 집단영적 지성이 꽃피는 천여래 만보살의 시대를 보는 듯하다.
의학과 과학영역에서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심신증후군들은 대부분 ‘자율신경계실조증’이라는 원인에 있다고 보고 있다. 자율신경계실조증과 명상수행과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100여 년 전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는 명상수행이 심신 변화에 미치는 자신의 주관적 체험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행동에는 안정감과 질서가 서고, 안색은 훤해지며, 건강이 좋아진다. 인지·정서적으로는 기억력과 인내력이 생겨나고, 고정관념이나 편견, 편집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유연한 의식을 갖게 된다. 나아가 본래의 순수자연한 정신상태가 회복돼 충만한 지복(至福)의 의식상태(조건 없는 행복감)가 되며, 생사에 처해도 두려움이나 공포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고요와 평화의 의식상태가 가능하다.”(의역)
그동안 우리 인류는 일어나는 생각에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을 분별하고 선택하는 인지노동, 감정노동에 상당한 정신 에너지를 소비해 왔다. 불필요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행동들이 축적되면서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내면의 부조화 특히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조절능력을 상실해 왔다. 그런데 집중명상이나 관찰명상을 통해 생각을 멈추거나 생각과 생각 사이의 틈새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강박관념과 습관적 감정, 그리고 굳어진 행동 패턴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고대로부터 전해온 존재의 성장변화공식이 현시대의 다양한 접근법으로 가르쳐지고 있다.
뇌과학에서 보면, 집중과 관찰을 통한 정신수련은 우리 뇌의 자율신경계와 연결되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조화로운 작용으로 이어지며, 긴장이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편도체의 과부화를 막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이 활성화해서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명상은 몸에 있어서 이완효과를, 마음에 있어서 자유롭고 조화로운 의식상태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의식상태에서 뇌세포들은 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를 인식과 감정의 건강한 변화가 일어나는 때라도 한다.
우리가 명상(수행)하는 목적은 우리의 뇌가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고 통일감 있게 작용하여 최적화된 내부작업환경을 재구성하자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적 상태가 인지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끌어올려 그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시키는 존재의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최적화시키는 노력 전체를 소위 수행이라고 하고, 존재를 잘 관리하여 운전하는 사람을 수행자라고 한다.
명상은 약이다(Meditation is Medication). 명상은 휴식 차원을 넘어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약이다. 명상은 자유롭고 행복한 생명 활동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생명 본연의 권리이고, 의무이며, 기쁨인 실존적 상태이다.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