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에 시름하는 사람에게 한 컵의 물은 그 무엇보다 시원함을 준다.
작년 말 학사 문의가 왔다. ‘내년에 고려대 입학하는 학생인데, 학사 들어갈 수 있나요?’ 너무너무 반가운 소식. 타는 목마름에 물 한 잔이 목구멍을 적신다. 주저하고 있던 남자학사 전세 마련을 바로 추진했다. 그리고 지금 3명이 살 수 있는 그 남자학사에 한 명의 신입생과 졸업 선배가 살고 있다.
요즘 대학생 교화, 참 어렵다. ‘100만 원을 주고라도 신입생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안암에서 운영하는 국제마음공부학사는 꼭 필요한 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에게 주거공간을 마련해주고(연 600만 원의 혜택과 안전), 학교 공부와 마음공부를 함께 하도록 지도한다.
어느덧 10년이 된 남·여 각 학사를 통해 출가자, 교사, 변호사 등 많은 인재가 배출됐고, 학사에 사는 청년들은 고려대원불교 학생회와 안암 청년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학사에 사는 남 2명, 여 6명 그리고 학사를 나와도 이어지는 청년회 활동으로 안암 청년회 평균출석의 25%를 차지한다.
교화는 주고받아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안암에서도 학사 외에 장학금을 마련하여, 최소한 청년 임원들은 조금씩이라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교구 청년회에서도, 원대연에서도 실행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그 장학금보다 더 큰 혜택인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는 학사를, 여건이 되는 교당에서는 꼭 시작하면 좋겠다. 최근 목동교당이 새롭게 시작해서, 현재 전국적으로 학사가 있는 곳은 서울에 4개 교당(안암, 신촌, 신림, 목동) 뿐이다. 서울에 10개, 지방교구에도 최소 1개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사는 그 어려운 대학생·청년 교화의 물꼬가 될 수 있다.
학사는 지방으로, 서울로 대학을 가는 학생에게 교당을 소개해 줄 거리가 된다. 그래서 서울과 지방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교화를 하면 좋겠다. 서로 소개해주고, 잘 정착하도록 챙겨주어서, 곳곳의 대학생·청년교화가 살아나면 좋겠다. 10년을 해보니, 학사는 분명 대학생·청년 교화의 샘물이 될 수 있다.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