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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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 이세은 교무
  • 승인 2020.06.02 16:13
  • 호수 1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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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희망숲16

‘법신불 사은이시여! 만나는 인연마다 상생의 인연이 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마음이 따뜻한 교무가 되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기도할 때마다 항상 읊게 되는 다짐이다.

잠실교당에서 4년간 특별히 만났던 10명이 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우울증, 조울증, 틱장애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 힘든 자기의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교당 문을 어렵게 열고 들어온 것이다.

긴 시간 반복적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도 하고, 어떤 청년은 피해망상으로 황당한 얘기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한번은 부모의 요청으로 정신병원을 찾아간 적도 있다. 두 명의 청년은 우울증 약을 먹고 있으면서 청년법회에 몇 개월 다니기도 했지만, 결국 다른 청년들과 섞이지 못하고 서서히 연락을 끊기도 했다. 병원 진료를 가야 하는데 혼자 가기 두렵다고 해서 함께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간 일도 있었다.

올해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 108배 명상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 청년이 찾아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뭔가 남달라 보였다. 몇 번 함께 108배를 했다. 그 청년은 절을 하는 동안 소리를 내고 부산스러워서 함께 하는 청년들이 불편한 표현을 했다. 나 또한 때때로 마음이 요란했다. 그 청년이 다녀가거나 문자나 카톡을 받았을 때 나는 망설임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결국 다른 요일에 와서 명상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이러한 청년들을 만나면서 ‘종교에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갈등을 했다. 정신과 의사가 약물조절만 권하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많은 환자를 봐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다면 그 아쉬운 부분을 종교에서 도와줄 수 있는 길은 뭘까.

나는 힘이 부족했고, 때때로 이해가 부족했다. 시대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물질문명의 발전 속에서 정신과 마음의 병을 깊이 앓게 되는 사람들이 더 생겨날 것을 대비하여 교단 안에서 전문가와 교당과 연결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세은 교무잠실교당
이세은 교무
잠실교당

 

6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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