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별기고] 미스터트롯 성공으로 본 원불교 미래교화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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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별기고] 미스터트롯 성공으로 본 원불교 미래교화 제언
  • 한명호
  • 승인 2020.06.10 09:30
  • 호수 11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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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교당 교도부회장

두 번째 임무는 원불교의 인적자원을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재편성하고, 도반 간의 강력한 연대를

교화 성과로 연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목표에 대한 선택과 목표달성을 위한

역량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교화의 대상을 청년, 은퇴자, 맞벌이 부부, 노령층 등으로

세분화하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의문과 걱정에 대해

맞춤형 답을 제공하는 것이 유효한 접근법이 된다.

경영학에 캐즘(chasm, 큰 틈새) 이론이 있다. 신제품·서비스가 대중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시 초기에 그 새로움에 열광하는 초기 동조자를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한번은 죽음의 협곡을 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즉, 자신이 무엇이 남다른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2020년에 혜성같이 나타난 ‘미스터트롯’의 성공을 보면서 원불교의 코로나19 이후 교화를 생각해보았다.

먼저 캐즘 이론의 배경을 살펴보자. 천 년 전 중국 운남성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까지 차와 소금을 실어 나르던 나시족 상인들이 걸었던 차마고도(茶馬古道)에는 호도협(虎跳峽)이라는 협곡이 있다. 옥룡설산(玉龍雪山)의 눈 녹은 물이 흐르는 이 계곡은 깊이 2천 미터, 낙차 170 미터의 급류가 흘러서 호랑이만이 넘을 수 있다고 하여 호도협이라 불리게 됐다. 그러면 미스터트롯은 무엇이 달라서 호도협을 넘었을까. 미스터트롯이 원불교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는 뭘까.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목표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이다. 티베트 호랑이는 포수의 추격을 피하기 위한 절실함으로 계곡을 뛰어넘어야 했다. 미스터트롯도 요즘 젊은이들에게 보기 드문 절실함을 갖추고 있다. 부모의 이혼, 사별, 가난 속에서 스스로 찾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으르렁거리는 죽음의 계곡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도록 이들을 단련시켰다. 그들의 절실함에 대중에게 공감과 감동을 줬다.

두 번째 덕목은 선택과 집중으로 얻은 역량배양이다. 선택과 집중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전제로 한다. 변하니까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것에 집중해야 호도협을 넘을 역량이 키워지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선택하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느냐이다.

역량배양에 관한 이론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공부, 예술, 스포츠 등 어떤 분야에서든 경지에 오르려면 1만 시간을 공들여야 한다는 법칙이다. 미스터트롯맨들은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한 트로트계에서 10여 년씩 내공을 쌓아온 도전자였다. 하루 3시간씩, 1년에 천 시간, 십 년이면 만 시간으로 호도협을 넘을 자격이 충분했다.

세 번째 덕목은 주위 사람들과의 연대와 협력이다. 호랑이는 포수를 피하기 위해 홀로 호도협을 넘었지만, 차마고도 상인들은 혼자가 아니라 계곡에 줄을 걸고 사람, 말, 화물들을 차례로 건너며 장삿길을 이어 간다. 미스터트롯도 반짝하고 사라지는 한 사람의 슈퍼스타를 발굴한 것이 아니라 트롯 상인들을 발굴한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역량도 뛰어나고 몇 사람이 합치면 레고 장난감처럼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외로운 호랑이가 아니라 레고 블럭처럼 합체와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며 함께 호도협을 넘은 것이다.

미스터트롯의 성공을 보면서 코로나 이후 원불교가 넘어야 하는 호도협은 무엇일까 질문을 해본다. 우리에게 호도협은 사회로부터의 ‘원불교인은 다르다, 원불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하는 사회적 인증(認證)을 받는 것이다. 교화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첫 번째 임무는 원불교 고유의 마음공부를 개인적 수양을 넘어 ‘사회의 공기(公器)로 쓰일 수 있도록 마음공부의 완성도와 전파력을 올리는 것이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일상수행의 요법을 현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일, 비대면 시대에 맞게 다수에게 온라인으로 상담과 위로를 전하는 방법, TED보다 흥미 있는 마음공부 화상 콘텐츠와 유튜브 방송을 만들어보자. 인터넷을 새로운 교화의 채널로 확실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교법을 시대화 할 수 있고, 원불교의 존재감을 재창출할 수 있다. 100년 전 드러난 원불교 진리를 온라인(인터넷)이란 새 그릇에 담아내는 일이야말로 대종사께서 주창한 물질 개벽에 따른 정신 개벽이라 할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원불교의 인적자원을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재편성하고, 도반 간의 강력한 연대를 교화 성과로 연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목표에 대한 선택과 목표달성을 위한 역량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교화의 대상을 청년, 은퇴자, 맞벌이 부부, 노령층 등으로 세분화하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의문과 걱정에 대해 맞춤형 답을 제공하는 것이 유효한 접근법이 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애로, 고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원불교식 해법을 제시하고 생활방식을 바꿔 주는 생활 교정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100세 시대에 노후 시기를 어떻게 향유 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판치는 시대에 마음공부가 왜 중요하고 왜 힘이 될 수 있나?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등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과 준비, 행동을 알려줄 수 있는 원불교가 됐으면 한다.

원불교에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다수의 교도가 있지만, 기존의 단조직(團組職)보다는 미스터트롯이 공연할 때마다 조합을 달리하듯이 교도들을 교화 타깃층과 소통이 원활할 수 있는 소조직으로 재편하고, 교육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기존의 봉사 위주 단조직에서 사회복지·환경·문화예술·미디어·청소년·이민자 등 많은 미래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전문성을 갖춘 미래 단조직을 준비하는 교단이 되길 바란다.

코로나 이후 사회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금이 원불교가 교화 전환을 깊이 고민할 시점이다. 이미 호도협 저편에 있는 선진들이 우리에게 ‘물질이 개벽 되고 세상이 바뀌었으니, 어서 교화도 개벽해서 세상을 구하라’고 외치는 것 같다.

 

한명호
중곡교당 교도부회장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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