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부처로 보게 되면
삼십계문도 일거에 소멸되는
참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한울안신문=강법진]“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서 읽는다. 그들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일의 소설가 장파울이 한 말이다. 그런데 여기, 자신의 일생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하루하루 공들여 읽어온 저자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쓰기 시작한 일기를 53년간 지속하면서 최근 네 번째 일기모음집 『백여덟 번째 절을 하면서』를 출간하게 된 강남교당 중산(中山) 신치중(65) 교도다.
나를 바꾼 108배
이전 세 권의 책은 40대 초반까지 질곡이 많았던 인생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신간은 40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고 때론 힘들었던 직장과 가정사를 넘어 원불교를 만나 신앙·수행하며 행복의 길을 찾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심에는 12년간 매일 꾸준히 이어온 108배 수행으로 얻은 단단한 힘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말한다.
“누구라도 1천일만 108배 절 수행을 해보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설사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목표가 부질없는 것인지, 반드시 이뤄질 목표인지를 알게 된다.”
대화할 상대가 없어 중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로 네 권의 책을 냈으니 인생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그리 순탄치는 않았을 터. 하물며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 절 수행의 고통은 얼마였겠는가.
“(108배 수행) 천일이 지났을 때는 나보다는 상대방을 우선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2천일이 지나니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마음에 속상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때론 노력만큼 변화가 없어 답답했다. 3천일(2018.04.28)이 되고 보니 아들이 곧 법신불이고, 아내가 곧 부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둘이 아닌 하나로 느껴지니 그때서야 교전에 ‘처처불상(處處佛像)’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108배에 대한 집착마저 버리고자 한다. 아침에 20배, 낮에 60배, 저녁 심고 시간에 30배 하면서 오직 절하는 데 집중한다.”
상시일기는 나의 공부길
원기56년에 입교했으니 올해로 반백 년 교도 생활을 해온 그에게는 공부의 비법이 따로 있다. 바로 상시일기 기재다. 그는 상시일기를 통해 매일 유무념과 계문을 체크해 나가는 것이 공부의 비결이고 비방이고 ‘부적’이라고까지 말한다.
“아무리 공부심이 깊고 열정적이라 해도 때로는 공부를 놓고 살게 된다. 나는 매일 108배와 좌선 1시간, 경전 연마 1시간, 일원상 서원문 10독을 한다. 매일 점검하지 않으면 공부심을 놓아버리게 된다. 그래서 잠자기 전 꼭 체크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당해 일상에서의 법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그 역시 교당에 와야 절하고 좌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집에서 상시일기로 공부를 하다가 교당에 오면 스승과 문답감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시일기가 능사는 아니라고 역설한다. 상시일기(계문)로 공부한다는 법박(法縛)에 빠지지 말라는 얘기다. 상시일기가 모든 공부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을 부처로 보게 되면 삼십계문도 일거에 소멸되는 참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신입교도훈련 전담강사
강남교당에서 ‘신치중’ 하면 ‘신입교도훈련 전담강사’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원기92년 당시 한덕천 교감교무가 그를 그 자리에 앉혀 놓고, 딱 한 번 12주 신입교도훈련 진행하는 것을 지켜본 뒤에 ‘대타 없이 전담하라’는 지상명령(?)을 내린 탓이다. 13년째 신입교도훈련을 맡고 있지만, 그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마음 가운데 “네 생각을 말하지 말고 스승님의 말씀을 전하라”는 그 가르침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매일 산책길에 <정전> 원문과 <대종경> 주요 법문을 달달 외고 다닌다. 법문과 자신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요즘 그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침에만 시간이 되고 오후에는 손주들을 봐야 한다는 그. 요즘 그는 며느리가 부처요, 사위가 부처라는 공부에 정진 중이다. 그래도 딸, 아들 내외가 교당에 다니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신앙이란 호흡하고 세 끼 밥 먹는 것과 같다”는 그. 강직한 얼굴에 가끔씩 터져 나오는 유머가 자꾸 웃음 짓게 하는 그런 공부인을 만났다.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