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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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사람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0.08.25 12:01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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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청소년문화연대킥킥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청소년문화연대킥킥대표

누구나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들이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시기에 특별한 감명을 주고 삶의 방향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그런 책들 말이다. 20~30대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40대를 넘어서는 줄곧 자연과 생명에 관한 책이 나를 이끌었다. 그런 책은 내 생각과 인식의 지평을 넓힐 뿐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55세에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8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34년이나 홀로 황량한 땅에 계속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과 물이 흐르는 낙원을 일궈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사는 행복한 마을이 된 이야기다. 한살림을 만든 장일순 선생의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도 우리나라 생태 생명 사상의 선구자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사상과 실천을 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미국에서 살았던 헬렌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노후 걱정을 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게 된 책이다.

늦게야 만난 원불교에서 읽게 된 『원불교교전』은 곳곳에서 사은에 대한 은혜를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특히 천지은과 동포은을 처음 교전에서 보았을 때, 아하! 가슴을 ‘탁’ 치는 깨우침을 느꼈다. 갈수록 확산되어 공포를 더하는 코로나19도 하늘, 땅, 일월, 풍운우로, 사람, 초목금수와 같은 천지와 동포에 대한 배은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코로나는 질병 방역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일상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지난 8월 8일 의정부 수락훈련원의 텃밭에서 퍼머컬처 공동체 2020 자립자족캠프가 1박2일 열렸다. 우리나라에 스무 개쯤 되고 전 세계적으로 일만 개에 이르는 전환마을은 ‘자연을 닮은 사람’을 기본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과 문화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다. 퍼머컬처 디자이너 소란(유희정 교도)은 넓은 밭을 같이 디자인한 만다라 모양의 개인텃밭과 공동텃밭이 어우러진 사이로 우리를 안내하여 행복하게 해주었다. 한일자로 똑같은 일반 농촌의 밭과 달리 밭을 가꿀 사람들이 모여 밭을 설계하고 밭을 북돋워 농약과 비료, 비닐 없이 키우는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새로운 개념의 농사이자 의식주를 바꾸는 운동이다. 놀랍게도 여기서는 숲과 밭과 정원이 따로가 아니라 하나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정신이 전환마을과 지속가능한 퍼머컬처 농법에 담겨 있었다.

캠프에서는 채소와 허브를 구워 먹는 [무엇이든 구워줄게], 구워 먹고 남은 채소로 끓여 만든 [마녀스프], 텃밭에서 따온 채소와 과일로 만든 [살사 만들기], 풀주스를 만들어주는 [풀다방] 외에도 맛뵈기 원불교 선요가, 멸종저항을 찍어줄게, 즉흥연주와 움직임 댄스명상 등 다채로운 코너로 구성됐다. 특히 곡물만이 아니라 풀과 채소로 전혀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는데 맛이 아주 상큼했다.

느긋하게 여유있고 자유로우면서도 평화로운 곳,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퍼머컬처 캠프에 참가하면서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의 유력한 대안을 꿈꾸고 상상하게 되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캠프에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희망이었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다섯 평 옥상텃밭을 가꾸는 북촌 할머니처럼 도시의 어느 구석, 짜투리 땅에도 식물을 키우며 나무를 심고 흙을 살리는 자연을 닮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8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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