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 중 이주민 친구들이 몇 명 있습니다. 나빌이라는 프랑스인과 저스틴이라는 미국인 친구이지요.
그들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친구로 지냅니다. 유교문화를 중시해 나이에 따라 서열이 나뉘는 한국과 달리 ‘프렌드(friend)’라는 한 글자로 위아래 없이 묶이는 것 같습니다. 나빌이라는 친구는 프랑스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서 제주에 오게 됐고, 지금은 두 아들이 있습니다. 태호와 마일은 아주 귀엽습니다. 태호가 형인데 형답게 동생을 아주 잘 챙깁니다. 그 아이들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영어·한국어·프랑스어를 아주 잘 구사합니다.
나빌은 제주시청 근처에서 미니 레스토랑을 했었고, 2년 전 전라도 순천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가기 전에 파티를 했는데 너무 슬펐습니다. 저와 정말 친한 친구이기에 그가 떠난 자리는 아주 크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한국에 있어도 제주와 육지는 뭔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아직까지 순천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서 순천 여행을 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친구인 저스틴은 뉴욕에서 온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제주에 와서 교수를 했고,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 친구의 결혼식은 정말 재미있고 유쾌했습니다. 성격이 장난꾸러기 같은 그 친구는 헐리웃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떠오르게 합니다. 저스틴은 아직 아이는 없고 아내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가끔 점심식사 자리에 초대해 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줍니다. 저스틴은 제주에서 ‘옹기종기’라는 인디밴드의 보컬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축제 같은 공연이 열리면 초대를 받아 가곤 합니다. 그곳에 가면 굉장히 즐겁습니다.
두 친구는 저에게 친구이자 형 같은 존재입니다. 힘들거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같이 즐거워해주고 같이 슬퍼해 주며 조언도 아낌없이 해줍니다. 제가 제주에 와서 나빌과 저스틴을 만난 것은 큰 선물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나빌은 육지로 이사가 자주 볼 순 없지만 나중에 그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큰 기대입니다.
제주도에는 나빌과 저스틴 외에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사실 나빌과 저스틴만 한 친구는 적습니다. 돌아보면 한국은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선물해 준 곳입니다. 비록 두 친구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서 인연을 맺었으니, 제주와 한국은 저에게 너무도 소중한 곳입니다.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