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화교화로 새 전기 마련하고
인상된 각 교당 교구비는 되돌려야
서울교구 제96차 상임위원회(위원장 박오진)가 9월 11일 열려, 당일 상정안으로 올라온 ‘(서울교구청) 소태산홀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 추진의 건’을 재의결했다. 이번 상정안은 소태산홀을 서울 문화교화의 중심축으로 삼아 교화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교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해 온 주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21일 국내외 재가출가 교도들의 오랜 염원 끝에 개관·봉불한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종교동과 비즈니스동으로 나뉘어 근 1년간 운영해 왔다. 수익성을 목적한 비즈니스동과는 달리 서울교구청과 한강교당이 위치한 지하 4층 지상 2층의 종교동은 공익성에 바탕한 종교시설로 임대사업이 불가한 곳이다. 서울교구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입지조건이 서울지하철 흑석역 1번 출구라는 역세권과 한강과 인접한 강세권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곳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종교동을 원불교 서울교화·미래교화의 모멘텀(동력)을 삼고자 노력해 왔다.
다만, 서울교구는 그 중심축이 되는 종교동 소태산홀이 본래 건축 의도였던 대법회장을 중심으로 한 다목적홀로 한정되기보다, 서울 문화교화를 이끄는 아트홀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교당의 교구비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2번의 교구상임위원회와 한 차례의 임시교구교의회를 통해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음향·설비·공연·인테리어 전문가와 안전성을 고려한 건물구조 전문회사로부터 설계 및 점검을 받아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보고와 해당 기금이 확보되었다는 전제조건하에서 성립된다.
반면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소유권을 가진 교정원에서는 신축한 지 1년이 안 된 건물을 올해 내부 리모델링에 들어간다면, 건물 구조상의 안전과 시기상조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제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교구는 최우선 과제로 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곳의 구조컨설팅회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또한 공연장(아트홀)으로서의 인테리어 변경은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교정원에서는 5년간의 건물 하자보수 기간과 현재 추진 중인 비즈니스동 용도변경 시기와도 겹쳐 우려가 적지 않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교구의 확인결과, 인테리어 승인과는 무관했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보고 받은 교구 상임위원들은 이날 대체적으로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멈춰 있는 지금이 (공사의) 적기”라며 “종교동 건물이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면 문화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천 서울교구장은 “소태산홀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고자 한 목적은 문화교화로 교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재가교도가 교화현장의 주역으로 역할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더욱이 현재 교구청 관리비 부담을 위해 교구비 인상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교화현장을 바라볼 때 더 이상의 부담을 안길 수 없다”라고 뜻을 표했다.
물론 서울교구도 봉불 1주년을 앞두고 교정원과의 입장 차를 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상임위원들은 “세계교화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해줄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교동의 역할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만약 양쪽 입장이 팽배하다면, 한 번쯤은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한 협의과정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나상호 위원(강남지구장)은 “교구청 관리비 부담으로 인해 각 교당이 지출하는 교구비 인상액을 공개하면 다들 놀랄 것이다. 교구비를 원래대로 유지시키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의 서울교화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모경희 위원(원남지구장)은 “교정원에서 반대하는 데는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사가 늦춰지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재가 상임위원들은 소태산홀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교구가 교정원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식 절차를 밟아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 결의를 했고, 앞으로 시대는 문화교화라야 한다는 점에 교구교의회 의원들이 동의했으니, 서울교구의 교화의지를 확실히 밝히자고 말했다. 또한 서울교구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구 내 건축위원회를 발족해 소태산홀뿐 아니라 교구 내 신축(이전, 리모델링 포함) 건물에 관한 사전조사와 전문자문위원활동을 가동시켰다.
김종성 건축위원장은 이날 마지막 발언을 통해 “나는 좀 두렵다. 각 교당에서 몇천만 원, 몇억 원의 성금을 내어 지은 건물에 교화의 뜻이 중심되지 않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다면 향후 교단의 큰 불사가 진행될 때 교도들이 얼마나 열의를 보낼까. 부디 교도들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한다”라고 피력했다.
교구 상임위원들은 수합한 의견을 결의문으로 작성하여 교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 후 논의는 11월 교구 상임위원회와 12월 교구 정기교의회를 통해 다시금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상정된 안건 중에 전곡교당 건축 승인의 건은 원안대로 통과했고, 상계교당 교산처분의 건은 한 차례 건축추진위의 점검을 거친 후 다시 안건 상정하기로 했다.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