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살면서도 치매는커녕 맑고 밝은 기억력과
유연하고 활력 있고 원숙한 창조성을 발현하면서
인간 존엄의 극치를 보이는 완성된 뇌를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필자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늘 배움을 즐기는
삶의 태도와 생활습관이라고 본다.
요즘 우리 사회에 치매라는 질병이 암을 앞지르는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생을 통해 축적된 아름답고 의미 깊은 삶의 이야기, 정보들을 한순간에 다 날려버리는, 기억의 행방불명. 자기 정체성의 끈을 놓쳐버리는 황망한 실존의 순간을 직면해야 한다면, 누구나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암담하고 끔찍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깨달음의 초월 된 의식 상태에서 본다면야 고작 우주 속의 작은 점만한 지구별 위의 생명 하나에 일어난 찰나의 이야기 한 토막일 뿐이다. 선인들께서는 진즉부터 삶은 환상이고, 꿈이고, 아침 이슬 같은 것이라고 경계하셨다. 그럼에도 의도치 않게 의식의 불꽃이 꺼져버린다면 두렵지 않거나 허망하지 않거나 안타깝지 않을 이 누구이겠는가?
치매는 기억과 관련된 의식영역의 축소 내지는 세포 손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우리 뇌에서 해마라고 하는 기억 관장 영역의 뇌세포 손상과 관련 있으며,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세포에 축적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해마는 편도체라고 하는 감정 영역기관 바로 옆에 있어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즉 편도체가 과부화 되면 기억능력을 관장하는 해마의 기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편도체가 안정되면 기억 능력이 상승한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의 소멸이 불가피하고, 재생능력도 한층 떨어진다고 하지만 다행히 새로운 배움과 꾸준한 학습을 통해 뇌세포 간의 연결망(시냅스)이 확장되어나간다면 나이 들어서도 젊고 건강하고 유연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neuroplacity)는 희망적 가능성을 뇌과학은 밝혀놓았다.
100세를 살면서도 치매는커녕 맑고 밝은 기억력과 유연하고 활력 있고 원숙한 창조성을 발현하면서 인간 존엄의 극치를 보이는 완성된 뇌를 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필자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늘 배움을 즐기는 삶의 태도와 생활습관이라고 본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영토개척을 좋아한다. 새로운 영토개척은 호기심과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만사를 관찰하고 연마하고 연결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길을 만든다. 영토확장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냅스 연결의 확장이, 성장하는 의식의 물리적 조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찍이 공자님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아니 즐거운가?’라고 하셨다. 기존의 내가 좋아하고 끌리는 주제들을 더 깊이 있게 배워가는 것도 좋고,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배움은 즐거움이다. 즐거운 배움이란 배움이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는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이다. 배움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과정 과정에 즐거움이 동반한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자기만의 새로운 발견에 몰입되고, 황홀경에 머물며, 고요하고 내밀하게 찾아오는 희열감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찾은 통쾌한 느낌에 늘 에너지가 충만해 있다. 내면의 재미로 생명의 길을 탄탄하게 열어가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자’를 늘 명심하고 실천하라고 하셨다. 마음의 원리와 작용을 공부하고, 우주자연의 원소와 현상들이 빚어내는 숨은 원리와 변화과정을 관찰하고 배워간다면, 줄어가는 뇌세포 수를 만회하며 건강한 정신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시냅스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고귀한 능력과 창조력을 원숙하게 드러내는 멋진 100세의 뇌를 꿈꿔보자. 끝없는 배움과 연마를 통해 괄목할 만한 존엄과 숭고함을 최대한 빚어내는 격조 높은 100세의 뇌를 디자인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내 배움의 한계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내 의식의 영토는 어디까지 포용하는가? 나날이 비상을 향해 서슴없이 백척간두에 서고 있는가?
배움이 약이다.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