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기준으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먹는 음식 총량은 적어도 30톤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일생을 통해 이렇게 엄청난 음식물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전 과정에 70조 정도 되는 인체 세포들이 기능하고, 새롭게 생성되면서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해간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바로 우리다(We are what we eat).
더욱이 음식의 영양과 생화학적 성분들이 뼈와 살과 근육과 피와 호르몬의 구성은 물론 정보와 의식영역에 관계하는 뇌세포의 영양과 기능에 이르기까지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하루하루 섭취하는 음식이 우리의 몸과 의식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절대 빈곤과 기아로 영양의 결핍을 피할 수 없었던 인류의 원시 조상들이나, 멀지 않은 과거의 선조들은 음식물을 따지고 가려먹을 처지가 못 됐다. 주린 배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굶주림과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잠시나마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었고 안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어떠한가? 음식이 풍부해져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지만, 과연 현대인의 몸은 생리적 차원에서 기능적 차원 또는 세포 차원에서 건강해지고 최대치의 기능을 할 만큼 진화하고 있을까?
주목할 것은 현대인들이 앞선 세대들보다
내적 정서가 더 불안하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긴장과 참을성 부족, 화와 분노 등을 다스리는 데
서툴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과도 관련있다.
우리 인간의 몸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고, 신체적·정서적·인지적·초월적 기능까지도 발휘할 수 있는 참으로 놀라운 슈퍼생명체이다. 100세 시대, 이 몸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공양하는 것이 70조 세포 공동체에게 필요한 만큼의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하고 평화롭고 쾌적하게 살도록 하면서 멋지고 최적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본적인 생리화학적 환경을 줄 수 있을까? 사실 섭생의 중요성과 절제된 소식의 수행은 그 옛날부터 도인들의 풍속에서는 널리 알려진 자명한 가르침이다.
현대인들의 식생활이 패스트푸드나 지방 소비 과다, 밀가루, 빵, 설탕, 탄산음료 등 정제탄수화물의 과다 섭취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목할 것은 현대인들이 앞선 세대들보다 내적 정서가 더 불안하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긴장과 참을성 부족, 화와 분노 등을 다스리는 데 서툴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과도 관련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What does it mean to be human?) 보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어서, 최상의 인간의 길을 가보고 싶어서 영적 성장을 돕는 기도와 명상은 물론 육체적 예술적 활동들까지도 통섭하면서 교육하고 훈련한다. 모두 다 유의미하고 훌륭한 효과를 낸다. 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은 바로 음식의 바른 섭생에서 출발돼야 마땅하다. 정신의 기둥을 하나하나 세워가는 인격과 인품의 집도 몸이라는 물질적 기초가 균형과 조화로움으로 잘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쥐에게 칼로리를 제한하며 소식을 하도록 해보았더니, 뇌의 기능이 현격히 향상되었고, 더 건강해졌다는 실험보고 등을 통해 얻은 통찰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실험보고가 없었던 시대에도 부처님이나 현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통제하며 실험하면서 더 좋은 기능이 살아나는 현상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면서 인간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왔다.
몸은 가볍고, 부드럽고, 민첩하고, 적절한 영양으로 부족함이 없을 때 예민한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음식이 우리 몸의 물질적 구성뿐 아니라, 정서, 인지, 행동, 그리고 의식상태까지도 변형과 변성을 일으키는 데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내가 된다는 사실 앞에 준엄해져야 한다. 분별력 있는 식생활이 영적 인간의 기초이고 기본이다. 섭생이 약이다.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