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6년! 부안 봉래정사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정산종사에게 하명했다. “이제 차츰 때가 되어간다. 어디든지 발걸음 내키는 대로 가보아라.” 그 발걸음의 목적은 새 회상 창립을 위한 지중한 인연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원기106년! 그 발걸음을 내디딘 지 한 세기가 지났다. 군종장교 3명은 군 인사법에 따라 인사이동을 했다. 7사단, 52사단, 9공수여단으로….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제 군종장교들도 때가 되어간다. 어디든지 발걸음 내키는 대로 가보아라”고 하명한 듯하다.
이 발걸음의 시작은 작년 7월부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온라인으로 십순일(十旬日) 기도를 간절히 올리고 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군종장교단은 세계평화와 조국통일의 선봉이 되며, 일원의 진리에 따라 정의행과 보은행을 구현하고, 모든 경계를 법인정신에 대조하며 처리하겠나이다.” 미약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은 법신불 사은과 소태산 대종사의 성령임을 알기에….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어리석은 공부인의 눈에 무엇이 보이겠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둔 길만 보였다. 그 길을 비춰 줄 밝은 빛이 필요했다. 오매불망 군종의 승승장구를 염원하는 좌산상사께 빛이 될 법문을 요청했다. 그 결과 ‘군종교무의 길’이란 법문이 나오게 됐다. 좌산상사님은 법문을 통해 ‘대자대비한 주세불의 화신이 군종교무이다’라고 표준을 세워줬다.
표준의 핵심은 2가지다. 첫째 교법 정신이란 방패이다. 좌산상사님은 일원대도 교법 정신으로 무장하고 교법을 군 정신문화로 구현하길 당부했다. “교법 정신이 곧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이고, 그 정신을 구현하면 주세불의 화신이 된다.” 그래서 교법 정신은 군종교무의 체(體)가 된다. 둘째, 대자대비라는 무기이다. 좌산상사님은 “자비가 가장 절실한 곳이 군(軍) 사회이다”라고 하시며 “군은 강함으로, 군종은 부드러움으로 세계평화와 조국통일을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부드러움은 가장 강한 것이다. 그 부드러움이 자비이다. 자비는 군을 더 강하게 하고, 세계평화와 조국통일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대자대비는 군종교무의 용(用)이 된다.
우리는 교법 정신을 방패로 삼고 대자대비를 무기로 삼아 길을 나서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거센 바람 앞에 촛불 하나 얻은 듯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를 모르는 군종교무다. 오직 정성으로 나아갈 뿐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 발걸음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세계평화와 조국통일의 지중한 씨앗을 심기 위함이다.
감히 원기6년 정산종사의 발걸음과 원기106년 우리의 발걸음을 대조해본다.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를 생각한다. 이 길을 나서는 우리에게 뭐라고 하셨을까? 소태산 대종사께서 한 제자에게 보낸 자비 가득한 편지 글귀가 생각난다. “아무쪼록 조심하고 조심하여 실수 됨이 없게 하라.” 군종교무의 길! 우리는 조심하고 조심하여 그 길을 간다.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