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모시고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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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모시고 공부하라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03.03 14:05
  • 호수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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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 읽기3
박세웅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K교수
박세웅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학부 시절에 민산 이중정 종사를 모시고 『육대요령』을 공부한 적이 있다. 한 학기 공부를 마치고 방학을 맞이해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책상 위에 조그마한 메모지가 있었다. 그 메모지에는 나를 포함해 공부를 같이 했던 학생들의 이름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다. “민산님 이게 뭐예요?”하고 여쭈니 “너희들 대종사님 법을 잘 배워서 성불하라고 조석으로 기도드리기 위해 적어 놓았다”고 말씀하셨다.

『금강경』 2장의 내용을 보면 수보리가 부처에게 ‘무상대도를 발원한 선남자 선여인이 마음을 어디에 머물러야 하며, 그른 마음을 어떻게 항복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에 부처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앞서 “여래는 모든 보살을 잘 호념하며(如來善護念諸菩薩) 모든 보살에게 잘 부촉한다(善付囑諸菩薩)”고 대답한다.

대산종사는 『금강경』 2장의 대의를 ‘여래께서 호렴의 도’를 보인 것이라 말씀한다. 호렴의 도란 ‘언제나 알뜰히 아껴 주시고, 살펴 주시고, 북돋아 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이끌어주시는 마음’을 말한다. 대종사는 이와 같은 부처의 대자대비를 태양보다 다습고 밝은 힘이 있다고 말씀하며 이 자비가 미치는 곳에는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이 녹아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잔인한 마음이 녹아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인색하고 탐내는 마음이 녹아서 혜시하는 마음으로 변하며, 사상(四相)의 차별심이 녹아서 원만한 마음으로 변하여, 그 위력과 광명이 무엇으로 가히 비유할 수 없다고 말씀한다.(『대종경』, 불지품 2장)

그렇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도 성도 하시기 전에 과거칠불이 이끌어주고 호렴하여 주었음을 잊지 않고 언제나 사모하며 연원을 대고 보본하였다. 공자도 항상 조술요순(祖述堯舜)하며 꼭 연원을 잊지 않고 꿈에라도 주공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탄하였으며 장자도 노자에게 꼭 연원을 대었다고 한다. 대종사와 같은 주세불도 석가모니 부처에게 연원을 대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하며 꼭 선성(先聖)들에게도 연원을 대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성현들이 선성들의 대자대비한 호렴을 잊지 않고 늘 연원을 대며 정성을 바치는 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 또한 늘 스승에게 연원을 대고 보본지심(報本之心)을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부처는 마음공부의 길을 묻는 제자들에게 이미 그 가르침을 다 마쳤을지도 모른다. 앞서 『금강경』 1장에서는 일체가 공(空)한 그 자리에서 법도 있는 여래의 행(行)을 보임으로써 그 가르침을 마치셨다면, 2장에서는 공부하기에 앞서 먼저 대자대비한 여래의 호념을 보임으로써 언제나 스승을 마음 깊이 모시고 공부해야 함을 당부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대산종사는 “진정으로 내 마음에 스승이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보라. 나의 모든 것을 직접 고백할 스승이 없다면 그 사람은 일생의 불행이며 영생을 통하여 불행한 사람이다. 사람은 백 살이 되더라도 스승이 있어야 한다. 스승을 모실 때도 한 분만 모시지 말고 되도록 많이 모셔야 한다. 스승이 없을 때는 스승을 구하여 항상 모시고 배우며 살아야 한다. 우리가 스승을 모시고 배우지 않을 때 어둠과 퇴보와 차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한다.

오늘도 조석심고를 모시며 한편에 계신 소태산 대종사의 성안을 마주한다. 우리를 향한 스승님의 간절한 호념의 기도가 들린다. 언제나 아껴 주시고, 살펴 주시고, 북돋아 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스승의 뜨거운 정의를 느끼며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힘을 얻고 대보은자가 되기를 서원한다.

“너희들 성불하기만을 기도한다.”

3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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