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현ㆍ칠성교당 교무
영산성지 중앙봉 아래에 외갓집이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항상 염주를 돌리며 말했다. “저기 아래가 부처님이 살았던 곳이다.” 철없는 아이에겐 관심 없는 말일 뿐이다. 무심한 세월이 지났다. 성주괴공의 이치에 따라 외갓집은 터만 남게 되었다. 그 터에 서서 시선을 옮겨본다. 외할아버지가 가리키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면 어렴풋이 영산원이 보인다. 조심스레 반문해본다. ‘거기에 살았던 부처님이 누구인가?’ 답은 오직 하나, 그리운 소태산 대종사님이다.
누구나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 군 복무 중인 장병들도 마찬가지다. 그리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병사가 있었다. 아이돌 가운데 ‘아이즈원(IZ-ONE)’이라 불리는 걸그룹이 해체했기 때문이다. 삶의 의욕상실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행히 소소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칠성교당과 인연 된 병사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엔 가벼운 상황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격려만 해줬다. 아름다운 이별을 응원한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병사와 소통 끝에 예회 시간에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 병사는 “교무님! 기대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가벼움이 무거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각전 의자에 앉아 그리운 소태산 대종사의 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을 어찌합니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던 어느 날이었다. 불현듯 한 질문이 떠올랐다. ‘나의 아이돌은 누구지?’ 대각전으로 달려가 답을 외쳤다. “나의 영원한 아이돌은 소태산 대종사님이시다.” 그 답을 바탕으로 예회를 준비했다. ‘영원한 아이돌’이란 설교 제목과 함께.
설교의 요지는 이랬다. “활동 기간이 유한한 아이돌보다 영원한 아이돌이 있습니다. 바로 성자 성현들입니다. 그분들은 열반한 지 오래됐지만, 매주 팬들이 모입니다. 그 이유는 영원한 우주와 마음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 병사는 예회 후 감상문을 남겼다. “교무님! 저는 그동안 아이돌의 유한한 겉모습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원한 아이돌인 성자 성현들의 마음을 닮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이 병사는 매일 교도의 4종 의무를 실천 중이다. 까닭 있는 상시훈련으로 부처가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
그 염원 따라 소태산 대종사님을 생각해본다. 원불교 열린 날인 대각개교절은 소태산 대종사님이 영원한 아이돌이 된 날이다. 그러나 소태산 대종사님은 스스로 영원한 아이돌이 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일원대도 정법을 올렸다. 누구나 영원한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님은 만고일월의 영원한 아이돌이다.
군종교무의 길! 그 길 위에 서서 시선을 옮겨본다. 외할아버지의 염주가 눈에 들어온다. 성주괴공의 마음을 살폈을 염주! 그 마음 터엔 소태산 대종사가 있었다. 그 염주를 돌리니 대산종사의 말이 가슴 깊이 울린다. “내 나이 30세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열반하신 후 한동안 방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동안 법신을 뵙지 못하고 살았음을….” 스스로 반문해 본다. ‘영원한 아이돌인 소태산 대종사를 제대로 뵙고 있는가?’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