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소통하는 명상지도 실천사례와 가능성 Ⅳ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들에게 명상은 더 이상 삶과 유리된 수행이 아니다.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스트레스, 인간관계와 업무의 효율은 물론 내적 성숙을 높이기 위해 명상은 치료제이자 도구이다.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일상의 루틴처럼 소비하는 온라인 명상 콘텐츠도 부쩍 늘었다. 그러면 종교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원불교 청소년국과 한울안신문이 공동기획하는 네 번째 특별좌담 ‘MZ세대와 소통하는 명상지도 실천사례와 가능성’을 주제로 5월 17일, 줌을 통해 세 명의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조덕상 교무(이하 조), 명상과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현재는 불교상담학 박사를 이수 중인 환희지명상센터 환희지 명상가(이하 환), 원불교 청소년국 대학생교화 담당 안성오 교무(이하 안)가 함께했다. 사회는 강법진 편집장이 맡았다.
Ⅰ. 미래교육의 대안과 청소년교화의 방향
Ⅱ. 온라인교화, 교무 실재감이 답이다
Ⅲ. 한국 청년 무엇을 원하는가?
Ⅳ. MZ세대와 소통하는 명상지도 실천사례와 가능성
Ⅴ. 온라인시대, 청소년교화 콘텐츠의 디지털화
코로나 이전, 명상을 좇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땠나?
조_ 1960~1970년대 명상 붐은 종교색이 강한 초월명상이 이끌었다. 1980~1990년대로 오면서는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Mindfulness-Based-Stress Reduction)이 명상 붐을 이끌었다. 그 출발점이 스트레스나 고통이 심한 환자를 위한 의료영역이었기에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며 빠르게 확산됐다. MBSR을 필두로 의학·심리학·신경과학에도 마음챙김이 적용됐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방법으로써 명상이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명상을 통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명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환_ 오히려 저는 명상을 통해 얻는 연민과 자리이타의 정신 즉 보살의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종종 질문을 받는다. 마음챙김을 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내가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순간, 타인의 고통도 이해하게 된다. 명상은 ‘타인 역시도 나와 똑같은 고통, 공포 안에 머물러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한다.
안_ 요즘 명상의 흐름이 개인의 완성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 데까지 확장되어감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명상의 유행과 함께 그 범위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어떻게 하면 티 안 나게, 좀 더 세련되게
수행으로 이끌까 많이 고민한다.
종교인으로서 좀 더 매력적인 종교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면 코로나 이후 명상을 좇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가?
환_ 저희 환희지센터 통계만 보더라도 명상을 찾는 사람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외적인 만족도보다 내적 만족도에 시선이 많이 돌아가고 있다. 요즘 저는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기위해 애플리케이션이나 라이브방송을 한다.
지난 10년간 마음인문학연구소는 많은 성과를 냈다. 소개하고픈 명상프로그램, 혹은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명상법이 있다면?
조_ 마음인문학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과로 마음지도사 양성을 말하고 싶다. 학기마다 두 차례 이상 과정을 열었는데 최근 코로나로 많이 축소돼 아쉽다. 그리고 대표적인 프로그램의 하나로 코로나19 발발 직전에 완성한 유아마음공부 프로그램(OM-K)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자기불공의 명상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 양손으로 온몸을 터치하는 ‘안아주기’의 기법을 통해 호흡을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한다.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명상기법이 될 것 같다.
청소년국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안_ 해마다 여름·겨울 대학선방을 운영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취소 또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일주일간 저녁마다 내가 있는 공간이 선방이라는 콘셉트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선방에서의 이점을 채우지 못했다. 무엇을 위한 선방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선방을 통해 명상(선)도 하지만 마음 쓰는 법을 터득하는 문답감정이 일대일 또는 단별로 이뤄지는데 온라인은 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명상하는 이유, 본질에 대한 질문은 지도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환_ 맞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마음공부를 중요 주제로 다룬다. 우리 센터에서 2~3년간 꾸준히 상담을 받아온 내담자가 있다. 어느 날 아들(초1)이 시험점수로 20점을 받아왔는데 그때의 반응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꼈다고 한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20점 받았구나. 얼마나 힘들었니. 괜찮아. 너는 이제 잘할 일 밖에 안 남았어”라며 그런 척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마음이 일어났다고 한다. 마음이 습관이고 패턴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재는 새벽마다 랜선 명상에 참여하고 있다.
명상의 흐름이 모두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 데까지 확장되어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명상의 유행과 함께
그 범위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변화된 명상 수요의 변화를 소개한다면?
안_ 마보(마음보기) 백서에 바탕해 얘기하자면, 현재 사람들이 마보 앱을 통해 찾는 프로그램이 ‘마음보기 7일 훈련’ 또는 ‘눈뜨자마자 하는 선훈련’이 1·2위를 달린다고 한다. 마보 앱은 25세~34세 즉, MZ세대들이 주로 사용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중요 검색 키워드는 불안,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 인간관계, 올바른 명상법 등이다. 마보 유정은 대표는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각계 전문가를 모아 자기의 이로움이 타인으로까지 미치게 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택했고 이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_ 미국의 조사를 보면 2012년과 비교해 명상하는 인구가 3배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명상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영적 성장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_ 실제로 서비스업에서 명상을 많이 활용한다. 명상의 효과가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직원의 업무 능률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다. 기업 직원들에게 명상과 마음공부 세션을 지도해봤는데 인간관계만 해결되어도 업무효율은 훨씬 높아졌다.
MZ세대들의 특징은 무엇이라 보는가
환_MZ세대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독립된 개인이 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남이 하니까, 부모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는 내가 해야지’ 하는 주체적인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그전 세대가 주체적 어른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본다. 어떤 내담자는 자신이 한 회사를 이끄는 오너인데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니까 “이제 나는 뭘 선택해야 할까요?” 하고 물었다. 아무리 사회적 명망이 있다 해도 그 갑옷을 벗었을 때는 아주 작은 아이가 성장하지 못한 채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MZ세대를 만나면 “버릇없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더 많은 MZ세대들이 명상을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환_ 저는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를 어떻게 하면 티 안 나게, 좀 더 세련되게 수행으로 이끌까를 많이 고민한다. 그래서 돈, 사랑에 대한 주제도 많이 다룬다. 이것은 명상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 다만 안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는 주로 심상화 기법을 쓰는데 예를 들어 감정을 초대하거나 내가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초대해 반복 연습해본다. 일상에서 유사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것을 나와 동일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올라오고 있음을 발견하는 연습을 한다. 몇 회기 세션이 있고 내가 설치한 안전장치가 있다.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소통기법도 개발 중이다.
안_ 권도갑 교무님의 마음공부법인데 부모와의 관계를 확인하는 기법이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면 어릴 적 부모의 영향이 크다. 대학선방에 오는 교우들도 상담해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경험한다.
조_ OM-K에서 활용했던 방법인데, 실제로 어른한테 사용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효과적이다. (교구를 들어 보이며) 감정찾기 보드이다. 감정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동시에 복합적으로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감정키를 사용해 몸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감정이 머물러 있는지 (뗐다 붙였다 하면서) 확인한다. 재미가 더해 게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유아의 경우 ‘어떤 것이 훌륭한 행동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교구를 들어 보이며) 훌륭한 나 보드를 통해 괜찮은 행동, 훌륭한 행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원리는 방법만 달리하면 성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을 일상의 루틴처럼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 종교 수행자로서 앞으로 종교의 동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조_ 그래서 ‘종교는 필요한가?’라고 물음을 던져본다. 종교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누군가를 인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문명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 같지만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있다. 가상현실에서 수술한다고 현실의 몸이 낫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은 가짜 현실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종교나 명상은 진짜 현실을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환_ 부처님 당시에는 불교가 없었다가 열반 후 100년이 지나서야 불교가 첫발을 내디뎠다. 불교가 없을 때에도 법은 있었다. 그만큼 법이 중요하다고 본다. 탈종교라고 하는데 오히려 법을 세우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내 안에 법에 의지하고 기독교·불교·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법에 의지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본다. 단단한 뿌리에 화려한 가지가 펼쳐진다. 나는 언제나 종교인으로서 좀 더 매력적인 종교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탈종교는 대상으로서 종교, 대상을 숭배하는 종교로부터 탈출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이 IT문명과 만나 개인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계속 선보일 것 같다.
환_ 중국에 AI 스님이 있는데 모든 고승, 선지식들이 했던 선문답을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다. 누가 무엇을 물어보든 최적화된 대답을 해준다. 게다가 사람들은 저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안전감을 갖게 한다. 그만큼 명상가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럴수록 종교가 더 진실해져야 한다고 본다. 인류에 대한 연민, 본질에 뿌리를 둔 명상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조_ 요즘 매트릭스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년 전에 나온 영화에서의 가상현실이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됐다.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이 되면, 사람들은 더욱 가상현실에 빠져들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추세로 갈 것이다. 그때의 명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 답은 없다. 현재 나의 큰 관심이다.
종교는 필요한가?라고 물음을 던져본다.
종교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누군가를 인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각자 즐겨 하는 명상법이 있다면?
조_ 책상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걷기 명상을 자주 한다. 밖에 나가 걸을 때는 땅을 느끼면서 걷는다. 자연과 있으면 그걸로 이미 명상이 되고 마음공부가 되는 것 같다.
환_ 나 또한 자연에 있는 시간에 ‘그저 명상이 되어짐’을 좋아한다. 강아지를 키워서 숲이나 공원으로 많이 나간다. 걷기 명상할 때는 가급적 신발을 벗고 땅을 온전하게 느끼려고 한다. 그리고 일상의 루틴으로 아침·저녁에 좌선한다.
안_ 최근 알렉산더테크닉을 접하게 됐다. 포인트는 ‘Non-Doing’이다. 열심히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알아차림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집에서도 새벽과 저녁에 절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한다. 마음공부에 있어 몸을 잘 다스리는 공부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MZ세대들에게 용기의 한마디 부탁한다
조_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변하면서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세상도 괜찮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살아보면서 괜찮은 사람, 괜찮은 세상으로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환_ 수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괴로우면 기억이고, 불안하면 상상이다.’ 안 괜찮아도 괜찮고 안 괜찮음 안에서 우리는 지혜로워질 수 있다. 마음공부와 명상을 통해 지혜로운 시각을 갖추다 보면 지금에만 있는 가능성을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안_ 30년째 이어온 대학선방 주제인 ‘나를 찾는 마음공부 나를 놓는 마음공부’가 참 좋다. 모든 근본이 마음공부에 있다. 마음공부를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느끼며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