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에서 경전은 생명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올해 4월 발간한 〈원불교전서〉 개정 증보판이 한 달 만에 전량 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원불교전서〉 개정 증보판 발간은 교정원 교화훈련부 편수과의 작업을 거쳐 올해 수위단회에서 최종 결의하는 순간까지 많은 오·탈자와 편집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교단 초유의 사태를 대각개교절 기념식에 맞춰 〈원불교전서〉 봉정식을 하고자 했던 성급함과 경전 결집을 대중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졸속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또한 교단 체제의 구조적 문제가 불러온 참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원불교전서〉의 증보판(대산종사법어, 교헌 추가)이란 명목을 두고도 대중이 기대했던 〈교사〉와 〈성가〉 증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원불교전서〉 전량 회수로 인한 입장문은 교정원 교화훈련부가 편수과정과 오기 수정작업을 설명한 게시물을 5월 24일 교역자광장 공지사항에 최초로 올렸고, 이에 대중의 반발이 심해지자 5월 25일 ‘〈원불교전서〉를 회수하고 환불하기로 하였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다시 게시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책임 회피에 대한 여론이 더 거세져 교정원장의 사과문(5월 29일), 교서감수위원장의 사과문(6월 2일)에 이어 6월 9일에는 원포털에 수위단원 사과문까지 연이어 발표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전〉 일원상서원문에서 무상(無常)으로 보면 “혹은 진급으로 혹은 강급으로 혹은 은생어해(恩生於害)로 혹은 해생어은(害生於恩)으로 이와 같이 무량 세계를 전개하였나니”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어리석은 중생은 이 법신불 일원상을 체받아서 “은혜는 입을지언정 강급이 되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안은 하루아침에 불거진 여론이 아닐 것이다. 교단의 제도 개선과 구성원들의 무관심을 점검하며 참회 반성의 대결사를 해야 한다. 교단의 큰 결단이 필요한 때, 리더십은 그 무엇보다 중하고 급하다.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