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원교당 교도정기훈련 및 신입교도훈련 마지막 과정은 영산성지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나는 5월 16일부터 시작된 신입교도훈련에 매주 참석하고 마지막 다섯 번째 영산성지순례는 불참해야지 하고 미리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대신 그때 직장동료들과 코로나 백신을 맞고 회갑 자축 겸 여행을 가자고 한 상태였다.
여행과 훈련 시기가 다가올수록 하나를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네 번째 교육 시간이 됐다. 교화분과장 교도가 영산성지순례 참석 여부를 묻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운전은 내가 할 수 있고 필요하면 내 차도 가져갈 수 있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어 버렸다.
직장동료 친구들이 자영업자이다 보니 2박 3일 여행을 앞당겨 훈련 전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교무님이 전화하셔서 영산성지 갈 때, 차를 가져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실 여행을 마칠 때쯤 오른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통풍이 재발한 상태였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통풍은 싹 사라지고 다음날 카니발을 운전하고 영산성지로 출발할 수 있었다.
12시에 도착한 영광 국제마음훈련원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소담실에서 황성학 원장님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김혜봉 교령님의 법문을 받드는 시간을 가졌다. 교령님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어떤 분이시고 영산성지는 어떤 마음으로 순례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교무님의 배려로 우리 부부는 방 하나를 배정받았다. 짐을 풀고 성지순례가 시작됐다. 대종사 이하 역대 선령 제위의 위패가 모셔진 영모전, 한국전쟁 당시 영산고아원으로 사용했던 적공실, 그리고 법모실과 신성실, 원불교 최초 교당 ‘대각전’까지 돌아보며 기도와 염불을 올렸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구도하고 대각을 이룬 노루목 대각터에는 ‘영원히 세상에 빛나는 해와 달과 같다’라고 비유한 ‘만고일월(萬古日月)’비와 웅장한 ‘일원탑’이 있었다. 탄생가를 거처 구간도실에 이르러서는 구인선진이 백지혈인의 이적을 나툰 곳에서 기도를 올렸다. 저녁에는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노을을 감상했다. 대자연의 장관 앞에서 경외심이 일어날 정도였다. 오늘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공경심도 이와 같았다.
둘째 날 새벽 5시에는 삼밭재 기도 터로 향했다. 영주를 마음속으로 읊으며 천지의 기운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운율에 맞춰 발을 뗐다. 삼밭재에 도착해 교무님의 주례로 서원기도를 올렸다. 훈련 주제는 사리연구 과목이었는데 신입교도인 나로서는 단어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영산성지순례는 탄생가, 대각터, 정관평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선진님들의 희생으로 일군 영산성지는 감탄과 감동으로 몰려왔다. 끝으로 이 세상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사심 없는 마음으로 수행하는 교무님들에게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