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요경] 마음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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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마음농사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11.09 02:21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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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 11
박세웅(성호) HK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세웅(성호) HK교수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바야흐로 가을이다. 곡식들이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저절로 감상에 젖어 들게 된다. 필자의 집 앞에도 드넓은 논과 밭이 있다. 그런데 모두가 한결같지 않고 어느 곳은 곡식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렁주렁 달린 반면에 어느 곳은 마치 농사를 짓다가 포기한 것처럼 황폐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수확의 차등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문득 ‘과연 우리의 마음농사를 성공시키는 비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금강경』 10장은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정토란 부처가 사는 깨끗한 세상을 말하며 장엄이란 그 세상에 절을 짓고 경을 만들며 향과 꽃 등을 올려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금강경』에서 전개된 부처와 수보리의 대화를 살펴보면 주로 무주(無住)·무착(無着)·무상(無相)의 가르침을 전하며 그 무엇 하나에도 머물거나 집착하지 말고 심지어 불법마저도 과감히 놓아버리라고 거듭 강조하며 말씀한다. 그런데 언뜻 장엄이란 단어는 앞서 말씀한 것과 모순되어 보인다. 부처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기 위함이었을까?

일찍이 대종사는 우리의 본래 마음바탕을 심전(心田)이라 하고 묵은 밭을 잘 개척하여 좋은 밭을 만들 듯이 마음바탕을 잘 단련하여 혜복을 갖추어 얻자는 뜻의 심전계발을 말씀한다. 대종사는 농부가 가을에 수확의 차등이 생기는 것은, 밭에 잡초가 나면 매어주어서 잡초는 없애고 농작물만 골라 가꾸었는가에 따른 것이라 말씀하며, 마찬가지로 마음농사를 짓는 사람도 선악간 마음 발하는 것을 잘 조사하고 또 조사하여 악심이 나면 제거하고 또 제거해서 악심은 없애고 양심만 양성한다면 혜복이 항상 넉넉할 것이라 말씀한다(수행품 59장).

나아가 심전계발의 전문 과목으로 수양·연구·취사의 세 가지 강령을 정하여 수양은 심전 농사를 짓기 위하여 밭을 깨끗하게 다스리는 과목, 연구는 여러 가지 농사짓는 방식을 알리고 농작물과 풀을 구분하는 과목, 취사는 아는 그대로 실행하여 폐농하지 않고 많은 곡식을 수확하게 하는 과목으로 하고 일상 수행의 모든 방법을 지도했다(수행품 60장).
 

일찍이 대종사는 우리의 본래 마음바탕을

심전(心田)이라 하고 묵은 밭을 잘 개척하여

좋은 밭을 만들 듯이 마음바탕을 잘 단련하여

혜복을 갖추어 얻자는 뜻의 심전계발을 말씀한다.

선악간 마음 발하는 것을 잘 조사하고 또 조사하여 

악심이 나면 제거하고 또 제거해서 악심은 없애고

양심만 양성한다면 혜복이 항상 넉넉할 것이라 말씀한다

부처의 장엄정토와 대종사의 심전계발은 그 표현만 다를 뿐 결국은 한 가지 일로써 정토는 본래에 분별과 주착이 없는 마음바탕인 심전을 말하고 장엄이란 그 마음바탕에 불교의 계정혜, 유교의 인의예지, 기독교의 신망애(信望愛)와 같은 긍정적인 인격적 요인들을 계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만약 농부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여 밭을 깨끗하게 해 놓고 농사를 다 지었다고 하거나, 집을 짓는 사람이 집을 짓겠다고 하여 집터를 가지런하게 해 놓고 집을 다 지었다고 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 부처가 무주(無住)·무착(無着)·무상(無相)의 가르침을 전한 것은 결국 농사를 짓기 전 밭을 깨끗하게 해 놓고 집을 짓기 전 집터를 가지런하게 해 놓은 것과 같다. 실제로 농작물을 심지 않고 집을 짓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칫 쓸모없고 무의미한 일이 될 뿐이니, 이것이 바로 수양의 목적은 수양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있으며 연구의 목적은 결국 취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는 『금강경』 10장에서 장엄정토를 말씀한 것이며, 나아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강령으로 ‘응하여도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고 말씀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종사가 밝힌 구체적인 방법은 바로 ‘유념공부’이다. 물론 유념 가운데 무념의 공부가 있고, 무념 가운데 유념의 공부가 있으나(경의편 27장) 매사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주의심을 챙기는 이 유념공부야말로 일상생활 속에서 장엄정토를 해나가는 비법이요, 심전계발을 통한 마음농사의 성공비법이 아닐 수 없다.

‘마음농사의 성공비법 :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

1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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