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면』
오늘 아침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물 한잔을 마시고 블라인드를 올린 후 창문을 열었습니다. ‘와아! 너무 예쁘다!’ 유난히 찬란한 올해 단풍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죠.
하지만 몇 초나 지났을까요. “시리야, 오늘 날씨 어때? 내일은?” 아직 졸음에 겨운 두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 아들의 첫마디에 찰나의 낭만이 와장창 깨져버렸어요. 눈 뜨자마자 인공지능부터 찾는 여섯 살 어린이의 아침 루틴. 순서가 틀려도 단단히 틀렸죠? 날씨를 묻기 전에 ‘아침을 느낄 기회’부터 주고 싶어 아들과 『아침에 창문을 열면』을 함께 읽었습니다.
화사한 꽃 화분이 만져질 듯 풍성하게 묘사된 표지를 넘기니 밝은 빛과 잔잔한 바람을 머금은 커튼이 하늘거립니다. 조심스럽게 커튼을 열었더니 초록빛 깊은 산속에 자리한 집이 눈에 들어오네요. 어머나! 너무 작아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는데 두 손으로 창문을 활짝 열고 있는 아이도 보여요! 다음 장에선 마치 아이와 함께 산 아래 펼쳐진 고즈넉한 마을을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산은 오늘도 저기 있고, 나무는 오늘도 여기 있어요.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아요.” 평범하고 흔한 풍경일 뿐이지만 그저 내가 늘 있던 곳에서 변함없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눈앞의 풍경이 소중해지는 순간입니다.
뒤이어 빼곡한 건물들과 자동차가 즐비한 도시에서도, 흐르는 강물을 사이에 둔 아기자기한 마을에서도, 끝없는 망망대해의 바닷가 마을에서도 저마다의 빛깔과 온도를 띤 아침 풍경이 등장합니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아침이 없음을 아이도 깨달은 걸까요? “엄마, 창문을 더 활짝 열어 봐! 아침이 우리 집에 더 잘 들어오게~!” 아침을 만끽하는 법을 배운 아들의 입가에는 어느새 작은 미소가 맺혀 있습니다.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