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전국 대학교수들(880명)이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 1위에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후보자를 검증하는 의혹들이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입법·사법·행정의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고, 엄중한 감시와 견제를 책임지는 자들이 오히려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정황들이 속속 밝혀져 많은 이들이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한 해의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 2·3위를 각각 기록하기도 했다.
교단적으로도 일명 ‘전서 사태’로 인한 수위단회의 기능과 교단적 대처 능력 등 여러 가지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올해의 쟁점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로도 묘한 일치감으로 다가온다. 대내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었고 상실감이 컸던 한 해였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다가오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국가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있고, 교단적으로는 교단혁신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대중의 열망이 어떤 결과로 담아질지 궁금하다.
검은 호랑이 해인 만큼 내년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불교 개혁을 위해 정혜결사 운동을 전개할 당시 “호랑이와 같은 눈빛을 띤 채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있게 나아간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혁신에 대한 절실함과 변화의 바람 앞에서 한눈을 팔다 보면 호랑이는 묘서동처의 고양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국가나 교단적으로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우직한 소걸음처럼 하나하나 착실하게 바루어가지 못한다면 멍에(駕)는 점점 무거워져 더 이상 걷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지난했던 올해를 뒤로하고 내년에는 은생어해(恩生於害)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 호시우행으로 정진하자.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