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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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들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1.12.21 01:39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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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정형은<br>여의도교당 교도<br>청소년문화연대킥킥 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얼마 전 일곱 자매의 단톡방에 올라온 신문기사가 머릿속에 맴돌며 떠나질 않는다. 지난 11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전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에게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물었더니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풍요(19%), 친구와 공동체(18%), 건강(17%) 순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가족을 최우선 순위로 꼽지 않은 나라는 17개국 중 세 나라였는데 한국과 대만(3위), 스페인(4위)이었다. 대만의 경우 1순위가 ‘사회(38%)’이고 스페인은 ‘건강(48%)’이었다. 그러면 한국인 응답자들이 1순위로 꼽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인은 ‘물질적 풍요’를 1순위(19%)로 꼽았고 건강(17%), 가족(16%) 순으로 답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물질적 풍요’가 5위 안에 들었지만 1위로 응답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또 ‘직업’은 17개 대부분 국가에서 3위 이내였지만, 한국에서는 7위(6%)로 유난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20대에 초점을 맞춰보면 가족을 중요하게 꼽은 응답자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의 20대가 친구 등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대체로 20%를 넘었지만, 우리나라 20대는 그 비율도 3%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이든 친구든 인간관계에 부여하는 가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확연히 낮고 각자 고립되어 저마다 살기에 바쁜 개인들의 집합체가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나타난 것이다.

올해 6월 ‘칸타 글로벌 모니터 2020’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인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산을 돈(53%), 시간(20%), 열정(19%), 정보(7%), 공간(1%) 순으로 응답했다. 25개국 3만3천명 응답자 평균은 시간(35%), 열정(25%), 돈(23%), 정보(16%), 공간(2%) 순이었는데 한국은 절반 이상이 돈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높았고 특히 젊은 층에서 그러했다.

최근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 한국인이 가족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가족과 직업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하리란 짐작은 완전히 틀렸다. “한국인이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며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라고 한 에드 디너 교수의 지적에 마땅한 반론을 제기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진정 사람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돈일까.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팀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하버드대학과 보스턴 빈민지역 724명의 삶을 1938년부터 75년간 추적하면서 그들의 일과 가정생활, 건강에 대해 파악했다. 이 놀라운 연구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좋은 인간관계만이 인간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출신지와 직업, 재산은 행복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 연구에서 밝힌 세 가지 교훈은 첫째, 가족이나 친구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고 더 오래 살았다. 둘째, 30년 이상 어울려온 좋은 친구들을 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며, 친구가 몇 명인가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셋째, 의지할 수 있다고 느끼는 친구를 둔 사람의 기억력은 오래 잘 유지되는 반면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빠른 기억력 감퇴를 보이는 등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런즉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표어와 “복 중에 인연 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이 제일”이라는 정산종사의 말씀이 오늘 이 대한민국에 사는 대중들의 마음을 비춰주는 등불이 아닐까 싶다.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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