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영기아심정 만사여의아심통 天地靈氣我心定 萬事如意我心通
천지여아동일체 아여천지동심정 天地與我同一體 我與天地同心正
영주는 정산종사께서 내려주신 주문(呪文)입니다. 정산종사는 영주에 대해서 〈한 울안 한 이치에〉에 ‘그 뜻을 해석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본디 주문이라는 것은 오로지 일심을 다해 외움으로써 그 효력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그 뜻을 새기지 않는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는 여러 가지 면으로 빼어나서 공부인으로서 잠깐 그 의미를 새겨도 도리에 아주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문을 다른 말로는 진언(眞言)이라고 하는데, ‘참다운 말씀’이라는 뜻이니 그냥 단순하게 넘어가기에는 때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산종사의 영주를 우리말로 풀어본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天地靈氣我心定 ‘천지의 영묘한 기운이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어서’(텅 비었으되, 또한 비었다고만 할 수 없는 우주의 영묘(靈妙)한 기운이 곧 법신불이요, 바로 내 마음의 본체라)
萬事如意我心通 ‘모든 일과 이치가 뜻과 같아서 내 마음에 걸림이 없네’(텅 빈 가운데 한없이 밝고 두렷한 영지가 내 마음 안에 있으니, 만사만리(萬事萬理)에 두루 걸림이 없네)
天地與我同一體 ‘천지와 나는 같은 한 몸이니’(우주와 나는 둘이 아닌 한 몸으로서, 곧 법신불이니)
我與天地同心正 ‘나는 천지와 더불어 같은 마음으로 올바르네’(내 마음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우주의 도와 둘이 아니어서, 시비선악을 초월하여 항상 올바르네)
이렇게 영주는 우주와 나의 본래면목, 곧 일원의 진리인 공·원·정(空圓正)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말 풀이는 부실하지만, 영주 원문은 깊은 의미[意]와 글자의 조화[和], 반복되는 소리[聲], 그리고 뛰어난 운율[律]로써 아름다운 한 편의 시(詩)입니다. 진리의 특성인 공원정을 이처럼 쉽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주문도 아마 드물 것입니다.
그래서 온갖 세상사 티끌 속에서, 우리 육신의 생사를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즐겨 부를 수 있는, 공부인의 노래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