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에서 보은미(報恩米)는 보은헌공 중 하나이다. 물질로 공익사업에 참여하는 감사생활을 뜻한다. 그 유래는 시미(匙米: 쌀 한 숟가락)이다. 이 단어는 끼니마다 쌀 한 숟가락을 아끼는 저축법을 말한다.
강원교구 교도훈련에서 강원교구장은 “원불교에서 쌀 한 숟가락은 나의 생명을 뜻한다. 보은헌공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고 했다. 그 말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사은이 생명으로 다가왔다.
쌀 한 숟가락은 생명이면서 우주이다. 그 한 숟가락은 나와 우리를 살리는 우주생명이다. 그 감상을 바탕으로 교도장병과 마음공부를 했다. 함께 생명을 나눠 보기로. 구체적인 방법은 기부모금과 나눔이다.
교도의 사종의무 지키기 대회를 하면서 보은헌공에 기부를 추가했다. 대회 기간 중 최소 3회 이상 기부하기로 했다. 교도장병에게 “군인마트에 한번 가서 사용하는 비용을 기부합시다”고 독려했다. 군인버전의 시미인 것이다.
방법은 교도장병 폰뱅킹을 통해 공익사업통장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솔선수범으로 교무 먼저 기부를 했다. 조금씩 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일정 금액이 모이면서 기부할 곳을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문열이 할 곳을 찾았다. 3·1절 산상기도였다.
원불교 재가단체(청운회, 봉공회, 여성회, 청년회)가 주관하는 산상기도는 군교화 후원의 큰 버팀목이다. 매년 그 기도비를 후원해주기 때문이다. 군교화를 잘 하는 것이 근원적 보은이나 그 정성에 함께 하고 싶었다. 칠성교당 교도장병 일동으로 소액을 헌공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구호모금, 세 번째는 강원도 산불피해 모금, 네 번째는 부대 내 어려운 자녀 돕기에 기부했다. 기부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교도장병은 자신의 기부금이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에 만족했다.
교도장병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느낀 듯하다. 매달 1만원씩 기부를 하겠다는 교도장병, SNS로 기부내용을 자랑하는 교도장병, 기부가 굉장히 큰 기쁨을 준다는 교도장병 등 그 감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모(某) 교도장병의 감상이었다. 그는 “교무님! 기부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받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고 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잊고 있었다. 천지는 응용무념으로 24시간 베풀고 있음을.
불현듯 소태산 대종사가 천지은을 밝히며 했던 말씀이 생각났다. “만물은 이 대도가 유행되어 대덕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지속하며 그 형각(形殼)을 보존하나니라.” 대조 해보니 교도장병의 말이 천어였다.
천어를 가슴에 새기며 간절히 두 손을 모았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모든 생명을 살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도심으로 주위를 살피니 천지의 은혜가 화피초목(化被草木) 뇌급만방(賴及萬方)이었다. 가슴 깊이 외쳤다. ‘거룩한 생명을 나눔이어라.’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