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군 내부 게시판에 한 병사가 올린 글을 한 언론에서 기사화하면서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아침 뜀걸음 규정 폐지 및 아침 점호 관련 건의사항입니다’란 제목의 글이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점호를 받는 것도 피곤한데, 뛰는 것은 더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이다. 공군 내부 게시판에 올린 지 10여일 만에 17,000여개의 추천 수가 달렸다고 한다. 공군 병력 65,000명에서 간부를 제외한 병사의 수가 33,400명인 것을 고려하면 꽤 많은 수가 공감한 것이다.
점호(點呼)는 군대에서 인원파악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행사이다. 점(세다, 점검하다)과 호(부르다)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대 점호는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거나 번호를 외치게 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여기에 애국가 제창과 국군도수체조, 뜀걸음(구보), 부대 공지 등을 더한다. 부대 여건과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실내 또는 실외에서 실시하고 체조와 뜀걸음은 생략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모든 군대는 매일 아침 점호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간단한 인원파악과 건강상태만을 확인하다 보니 불필요한 절차라고 느낄 법도 하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더운 여름 날씨에 아침 뜀걸음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오후 체력 단련 시간으로 뜀걸음을 변경하는 방법도 있지만, 규정과 오랜 관행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초적인 병영 생활 가운데 하나인 아침 뜀걸음을 폐지하고 아침 점호를 실내에서만 실시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Z세대(병사)의 건의사항은 집단(공군) 혹은 누군가(지휘관)를 고민하게 했다. 공군에 이어 육군, 해군, 해병대 등 군 전체가 고민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잠재된 불평과 불만을 규정과 관행을 내세워 순응하기를 바랐지만, 합리로 설득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 세대와 동행하는 시대가 왔다. 군도 예외일 수 없다.
‘아침 ○○ 폐지 및 아침 ○○ 관련 건의사항입니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종교가(宗敎家)에서도 곧 현실이 될지 모른다.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