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공부] 산다는 것은 기억으로만 남기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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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산다는 것은 기억으로만 남기위한 것이 아니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2.09.01 17:47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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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Pachinko, 2022) / 연출 : 코고나다, 저스틴 전 / 출연(배역) : 윤여정(노년 선자), 이민호(한수), 김민하(10대 선자), 진하(솔 로몬), 박소희(모자수), 노상현(이삭), 정은채(경희)

일제 강점기 시대의 조선, 선자가 태어난다. 줄줄이 아이를 잃어야 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무당을 찾아가 어렵사리 점지를 받아 얻은 자녀이다. 아버지가 죽자 그녀의 어머니는 하숙집을 하며 선자를 키운다. 당차기만 했던 선자는 어느날 부두에서 마주친 한수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는데.

‘파친코’는 한국계 작가인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일본과 한국계의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8부작 역사 드라마이다. 1910년 초에서 1980년대 말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을 무대로 하는 이 작품은 4대에 걸쳐 이루어지는 잔혹한 가족사와 우리의 역사를 압축적이면서 섬세함을 잃지 않은 강하고 직설적인 표현과 영상으로 관객을 몰입케 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는 역사적 사실과 사건(위안부 문제나 관동 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사건 등)을 추가로 삽입하여 아직까지도 풀어나가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의 시간대를 교차 편집을 통하여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만 비칠 수 있는 것을 현재와 매칭 시킴으로써 그 이야기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먼지 쌓인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게 주입시키려는 태도를 벗어나 관객을 그 당시의 장소로 이끌어 한국인의 정(情)과 한(恨)을 공감하며 화내고 웃고 울게 한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가 지금도 우리 옆에 일어나 살아 움직이는 현실임을 상기시킨다.

‘파친코’는 경쾌한 음악과 춤사위가 있는 오프닝 장면으로 매회 시작되고 그것은 극 내용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와 큰 대비를 이룬다. 이것은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말로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또 상징과 교훈을 지닌 장면들은 섬세한 연출과 대사와 함께하며, 관객들에게 강한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선자 어머니 양진이 시집가는 딸을 위해 흰쌀밥을 짓는 장면, 대지진에서 어렵사리 살아남는 한수의 장면, 그리고 일본으로 향하는 이삭과 선자가 배 위에서 겪게 되는 장면 등….

‘파친코’를 이끌어가는 주 인물은 선자이다. 그녀를 중심으로 그녀의 어머니 양진, 그녀의 연인이었던 한수, 그녀의 남편이 되어준 이삭, 아들 모자수, 손자 솔로몬 등이 극을 이끌어간다. 그들은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어 배타적 시선과 차별 속에서도 강인하게 생존하는 인물들이다. 그중 솔로몬은 나름의 생각과 방식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는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여자 친구의 삶을 보면서 상처와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공의 결과는 여전히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물러 있는, 본모습을 잃고 방황하는 초라한 모습임을 알게 된다. 성공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전진하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친코’는 이미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하면서 그것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부인하고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수긍과 반성 없이 용서는 없음을 보여준다.

8월은 우리나라나 원불교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이 포함되어 있다. 8·15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한 날이다. 즉 다시 빛을 찾은 날로 상징된다. 8·21은 원불교 법인절이다. 원불교가 어두운 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음을 인정받은 날이라 하겠다. 이 빛을 영원히 밝힐 능력과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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