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톡스는 삭제(delete)와 독소(toxin)의 합성어다. ‘독소를 제거한다’란 뜻이다. 이 단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특히 종교계는 ‘마음 디톡스’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마음 디톡스에 관한 감상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군종목사와 차담을 했다. 디톡스를 주제로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스레 마음 디톡스로 연결됐다. 군종목사는 “하나님을 모시려면 마음 디톡스를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굉장히 놀랐다. 하나님을 법신불로 바꾸면 원불교 마음공부 아닌가.
차담 이후 군종목사의 말이 화두가 되었다. 스스로 매일 되물었다. ‘삼독심을 제거하고 삼대력을 갖추고 있는가?’ 나아가 요즘 공부 표준인 ‘부동심(不動心)과 불방심(不放心)’과 연결하니 자성반조가 사뭇 다르다. 더 깊게 성찰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성찰의 기연을 만들어 준 군종목사가 진급을 하게 되었다. 조촐한 진급 축하식을 했다. 군종목사에게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질문했다. 군종목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 비우고 왔는데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네요”라고 답을 했다.
순간 놀라움을 넘어 살짝 감동을 받았다. 군종목사의 말이 모두 천어(天語)였다. 대산종사의 ‘전탈전여(全奪全與: 전부 빼앗고 전부 준다)’와 함께 “나는 도를 구하려 왔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진리에 맡겨 버려야 한다”란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군종목사의 말은 다시 화두가 되었다. 스스로 매일 되물었다. ‘무엇을 비우고 채우고 있는가?’ 정산종사가 호흡에서 성리(性理)를 찾았던 일화가 생각났다. 호는 진공(眞空), 흡은 묘유(妙有)이다. 그래서 호흡은 진공묘유의 조화가 된다. 완벽한 성리였다.
많은 영감이 떠올랐다. 특히 일상수행의 요법에서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이란 말씀이 확연히 이해가 되었다. 특히 ‘원래’란 표현을 명료하게 알게 되었다. ‘원래’ 그 자리가 하나님이고 법신불임을.
이 자리를 소태산 대종사는 ‘심지(心地)’라 했다. 성리는 심지(心地)의 주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음 디톡스는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성리가 출발점이 되어야 여래위의 삼대력을 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확신이 세워지니 많은 욕심이 비워진다.
간혹 장병들이 “왜 원불교 교무님이 되셨어요?”란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죄를 덜 지으려고”라고 답했다. 그런데 요즘은 “디톡스 좀 해보려고”라고 답한다. 의아한 장병들의 표정에 웃는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해준다.
전역을 앞둔 장병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역하기 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란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디톡스 좀 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자상히 설명해주면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어느 날 군종목사와 마주쳤다. 웃으며 말했다. “목사님! 요즘 하나님을 모시고 디톡스 하고 있습니다” 군종목사가 “교무님! 진급하고 나니 디톡스가 잘 안되네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엄지를 척! 하고 들어준다. 좋은 공부인연이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