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육기(六氣)와 육사(六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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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육기(六氣)와 육사(六邪)
  • 이원선
  • 승인 2022.10.13 13:53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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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한의학에서는 음양으로 이분화된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요소로 풍기(風氣), 한기(寒氣), 서기(暑氣), 습기(濕氣), 조기(燥氣), 화기(火氣)의 여섯 가지 기운이 있다고 정의한다. 즉, 육기(六氣)가 있어서 자연계의 여러 가지 현상이 존재하고 이와 같은 대자연의 큰 호흡에 기대어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니 육기(六氣)는 은혜 그 자체이다.

육기와는 달리 모든 병고(病苦)를 불러일으키는 기운을 일러 육사(六邪)라 한다. 육사(六邪)는 풍사(風邪), 한사(寒邪), 서사(暑邪), 습사(濕邪), 조사(燥邪), 화사(火邪)로 여섯 가지의 사악한 기운이란 뜻이다. 풍, 한, 서, 습, 조, 화인 육기의 이름에 사악하다는 의미만 더한 것이다.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성질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본래 대자연의 기운은 여섯 가지인데, 정상적이고 서로 화합하는 방향으로 쓰이면 모든 생명을 살리는 ‘육기’라 하고, 이것이 지나쳐서 병적으로 작용하면 ‘육사’라 한다. 결국 한 가지인 기운들이 경우에 따라 살리는 것도 되고 죽이는 것도 된다.

불기운인 화기(火氣)를 예로 들어보자. 밥을 하려면 물을 끓일 불이 있어야 하듯이 얼어붙은 물을 녹이는 화기는 모든 생명활동을 일으키는 근본 기운이다. 인체에 들어와서는 그 에너지를 주로 심장(心腸)이 주관하고 군화(君火), 상화(相火), 명문화(命門火), 삼초(三焦) 등으로 연관된 장기와 기능에 따라 분류되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이처럼 고마운 화기이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활동할 때는 사기(邪氣)가 되어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각 생명체는 고유의 체온을 가지고 있어서 정해진 범위에서 1도만 높아도 열이 펄펄 나고 심하면 의식이 혼미해지며 목숨을 위협하게 된다. 반대로 불기운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같은 불기운인데 주인이 평안하여 기가 잘 순환되면 몸도 혈액순환이 잘되어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주변의 얼음같이 차가운 기운도 녹일 수 있지만 매사에 부정적으로 불안하고 노심초사하면 불기운이 머리 위로 치성하여 화병이 되고 두통, 흉통, 수면장애, 저림 등의 통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뇌수를 손상시켜서 치매 같은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절제되지 못한 불기운은 투쟁의 기운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함께 불살라 버리게 된다.

내게 부여된 여러 기운을 조화롭게 쓰는 법을 통하기 위해 오늘도 가만히 좌정하여 내 안의 기운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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