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동물과 달리 살아 있는지 죽은 건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죽은 나무인 듯하다가도 다시 새 순을 내며 살아나는 게 나무입니다.” 우종영 작가의 강연은 우리 모두에게 화두를 던졌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생존 방식은 어떻게 산다는 것일까?
10월 23일 원불교환경연대가 주최한 ‘나나무(나이만큼 나무를 심자)와 가을타기@평화마을짓자’의 행사에 우종영 지자(智者)를 모셨다. 우 작가는 우리나라 1세대 숲 치유사(Forest Whisperer)이자, 11권의 책을 쓴 나무 전문가이다. 그중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의 지친 삶을 위로해주고 버틸 힘을 주는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우 작가는 이날 나무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를 매우 재미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전해주었다. 중앙아시아부터 우리나라 곳곳의 현장에서 나무를 만나고 다닌 30여년 세월의 수행이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강연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원익선 교무(원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우종영 작가가 나무를 치유하며 살아온 삶이 또 다른 차원의 수행자 같다”고 소회했다. 우 작가를 모시는 건 쉽지 않았다. 덕분에 참가자 모두 오롯하게 지자본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파주평화마을짓자의 숲밭에서 나무 심는 법과 가지치기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었다.
우 작가의 강연 이후, 김희숙 플루티스트와 함께 훌라춤을 배웠다. 서울대 음대와 독일 뮌스터 음대에서 공부한 김 플루티스트는 음악뿐 아니라 춤에도 재능이 많은 예술가이다. 하와이 훌라춤은 하와이의 산, 숲, 바다, 가족, 연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한 춤이다. 단순할수록 진리에 가까운 것처럼 손동작 하나하나 언어의 경계 없이 자연과 사랑을 그대로 묘사하는 춤이라 누구나 배우기도 쉽고 배우면서 행복해지는 춤이다. 훌라춤을 추려면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봤을 때의 미소를 띠고 춰야 하기 때문이다.
행사 장소인 파주평화마을짓자는 원불교환경연대가 ‘2022년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작은숲 공모’로 후원한 곳 중 하나다. 이곳은 변산공동체를 만든 윤구병 선생이 자신의 땅을 사람들에게 내놓은 데서 시작되었다. 땅을 소유하지 않고 생명과 사람을 살리며 농사로 예술을, 평화를 짓자는 기치 아래 운영된다. 잡초를 제거할 때 뿌리를 살려두어 탄소를 가두고 그 풀은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영속농업(퍼머컬쳐:Permaculture)을 행한다. 인류 최악의 발명품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예전 뒷간을 이용한다. 벌레들이 월동할 수 있는 작은 집도 있다. 천지보은의 모든 것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니 정경과 사람 모두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숲밭을 이끌어 가는 분도 여의도교당의 정형은 교도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원불교환경연대의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도 깊어가고 있다. 모두 이 캠페인을 도와주시는 많은 선한 분들 덕이다. 한 끼 밥값이라도 후원해주시는 후원자님, 먼 걸음에도 나무 심는다는 말에 달려와주시는 교무님, 강연자님, 시민분들 덕에 나나무 캠페인은 무럭무럭 나무처럼 자라나 언젠가는 울창한 숲이 될 것이라 믿는다.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