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통제할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을 흔히 자유의지라고 말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외적인 제약이나 구속을 당하지 않는 채 정신적으로 누리는 자유라고 정의하는데, 과연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적 동물이라는 핑계로 타인과 집단의 영향력에 의해 심리 상태를 지배당하고 나아가 삶의 영역인 의식주까지도 종속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물론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고, 타인과 집단의 존재는 외부의 위협 요소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집단의 심리는 개인뿐 아니라 더 큰 사회적 집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경우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다수의 의사가 반영된 의견 즉, 여론조차 특정 계층에 의해 조작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의사를 반영한 사회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특정 이슈에 의해 형성된 여론은 설문과 조사라는 방법을 통해 수집되고, 정책에 영향을 준다. 근래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여론 형성과는 다른 양상을 낳으면서 폐쇄적이고 일방적이었던 정보의 흐름을 개방적이고 상호 교환적으로 바꿨고, 인터넷이 가세하면서 다원화되고 다양해졌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이 개인의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공통적 분모를 형성해 개인이나 조직에 나침반 역할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디어나 인터넷 등에 의해 무분별하게 조성된 문화와 조장될 여지가 있는 여론은 건강하지 않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대중을 선동하는 데 악용하기도 한다.
어느 집단에서든 어떠한 의견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와 입장을 지니기 마련이다. 협의와 동의, 다수결, 타협의 원칙을 기대하지만, 온전하지 않다. 함께 모여 계획·평가·반성하는 올바른 공사(公事) 문화가 절실하다.
외불방입, 안이 건강하면 바깥 경계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