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가 확산하면서 머물고 싶은 여행지, 머물고 싶은 찻집, 머물고 싶은 갤러리 등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그런 곳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무와 교도회장단은 “우리 교당은 교도님들이 머물고 싶은 교당일까?”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방문한 일반인들이 머물고 싶은 교당일까?”를 점검해보았으면 좋겠다. 교당은 단순히 법회를 위한 공간이 아니며, 머물고 싶은 환경이 되어야 소속감과 교당에 대한 애정과 자주 내왕하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교당에 머물고 싶은 사람이 많을수록, 머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교당은 상생과 법열의 기운이 상승하게 된다.
교당의 중요한 기능은 이제 집단의식을 통해 교법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개인과 소그룹의 신앙과 수행을 더욱 촉진하고, 때로는 혼자 머물며 자신의 영성을 맑고 밝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쇠퇴하고 있는 종교계가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회귀가 아닌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과거 양적 규모 확장에만 몰입하던 기존 교화정책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힐링,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개별 삶과 같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에 종교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머물고 싶은 교당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이나 소그룹이 교당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카페테리아나 전시실, 개인기도실, 소그룹 모임 장소 등이 교당에 머물게 할 것이다.
그동안 원불교는 법당과 생활관 중심으로 건축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머물고 싶은 공간을 배려해야 한다. 최근 조사된 보고서에 의하면, 이웃 종교에서 소그룹 활동이 활발한 곳은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성장했고, 대형집회 중심의 종교단체는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교화단이나 동아리 등의 소그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성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교도뿐만 아니라 이웃 사람들이 종교적인 편견과 망설임 없이 찾아와 머물며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공감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