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수년 전부터 기업, 학교, 지역사회의 새로운 인재상을 나타내는 말로써 체인지메이커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고 있다. 영어 단어 체인지(Change)와 메이커(Maker)를 합한 단어이기 때문에 단순히 풀이하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체인지메이커라는 단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아쇼카(Ashoka)를 세운 빌 드레이튼이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쇼카는 ‘Everyone a Changemaker(모두가 체인지메이커)’라는 구호를 걸고 전 세계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아쇼카는 특히,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대표적으로, 유스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찾고, 탐구와 협력으로써 지속 가능한 해법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아쇼카가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양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이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회혁신가들의 청소년 시기를 살펴보니, 대체로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경험, 즉 체인지메이커로서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수년 동안 진행했다. 교육적으로도 효과적이지만, 원불교 교법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러 전문가와 아쇼카 유스벤처 프로그램을 한국화하는 작업을 했고, 이를 수업과 동아리 활동 등에 적용해보았다. 처음엔 교사의 열정과 노력으로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학교는 체인지메이커로서의 학생들을 지원하였다. 학부모들 역시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아이에게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체인지메이커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만큼 체인지메이커를 길러내는 교육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실감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한 가지는 우리 아이들이 이미 체인지메이커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법에서 모두가 본래 부처임을 강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본래 체인지메이커 정체성을 갖고 태어난 인간을 호모 체인지메이커스(Homo Changemakers)라고 표현한다. 생각해보자. 하나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오는 과정, 아기가 세상 밖에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과정은 모두 현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여러 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가며 성장했다. 수많은 실패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섬으로써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는 본래 체인지메이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본래 체인지메이커인 아이들에게 체인지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갖고 태어난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성장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의 학교, 가정, 사회는 아이들이 본래 지니고 있던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할 때이다.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마을에서건 아이들을 변화의 주인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는 힘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과 환경이 필요하다. 원불교는 개벽의 종교이자 체인지메이커 종교이다. 원불교 교도로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나 자신이 먼저 체인지메이커가 되어 모두가 체인지메이커인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