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나에게도 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다음 생으로 건너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정도 병이다. 생각나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고, 사람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참 다양하기도 하다.
이름하여 유언장… 유언장이 어떤 것인가.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터, 시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진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내가 생전에 다 전하지 못한 온 마음을 담는다.
육신이 없어지게 생겼으니, 온전한 육신을 가진 누군가가 내가 못다 한 일을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는다.
이렇게 나의 유언장에는 가장 진실된 나의 마음과 가장 간절한 나의 소망이 담기게 될 것이다. 유언장을 읽을 그 누군가는 유언장을 쓰고 있는 그 순간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예비교무 시절에, 대종사님 추모담을 하시는 선진님이 많이 부러웠다. ‘얼마나 복이 많으면 새 부처님이신 대종사님을 그렇게 가까이 뵐 수 있었을까...’
나도, 대종사님을 생각하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까지는 아니어도 눈시울이라도 뜨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의 대종사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신심과 실행의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6월이면, 서둘러 수양길 떠나신 대종사님을 더 많이 생각한다. 대종사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었던 말씀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고, 어떤 것이 가장 걱정되셨을까를 짐작해 보려 한다. 다시 한번 부촉품을 가슴으로 읽는다. 부촉품이 대종사님의 유언장이라 생각해 본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범부가 깨쳐 부처가 되며,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는 것이니, 그대들도 어서어서 참다운 실력을 얻어 그대들 후진의 스승이 되며, 제생 의세의 큰 사업에 각기 큰 선도자 들이 되라”는 말씀이나 “내가 이제 깊은 곳으로 수양을 가려하니 내가 없더라도 퇴굴심이 나지 않겠는가 스스로 반성하여 마음을 추어잡으라”는 법문을 읽으며, 내가 부러워 하던 선진님들의 마음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두고 떠나셔야 하는 애틋한 심경을 알 것도 같다. 드디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일이 생기고 있다.
육신으로 뵙지 못할 대종사님과 스승님들을 가슴으로 만나야 할 6월이다.
삶의 숙제가 생기면 ‘이럴 때 대종사님과 스승님들은 어떻게 하라고 하셨을까?’ 를 생각 하며 법문 속에서 답을 찾아 해결해 보자.
그리고 ‘만일 내가 유언장을 남기에 된다면…’이라는 생각도 해보고, 내가 남긴 유언장을 읽게 될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진실 되고, 좀 더 성실해 질 법도 하다.
6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