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이란 법도 또한 법이로다
교단 초창기 역사를 살펴보면 정산·주산종사 형제가 소태산 대종사의 좌우보처가 되어 교단적 중대사를 당할 때마다 불이(不二)의 신성으로 보필의 도를 다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종사께서 얼마나 정산·주산종사 형제를 신임하고 사랑하셨는가는 신성품 18의 법문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문정규 여쭙기를 “송규·송도성·서대원 세 사람이 지금은 젊사오나 앞으로 누가 더 유망하겠나이까” 대종사 한참 동안 묵언하시는지라, 정규 다시 여쭙기를 “서로 장단이 다르오니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송규는 정규의 지량으로 능히 측량할 사람이 아니로다. 내가 송규 형제를 만난 후 그들로 인하여 크게 걱정하여 본 일이 없었고, 무슨 일이나 내가 시켜서 아니 한 일과 두 번 시켜 본 일이 없었노라. 그러므로, 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이 되고 그들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 되었나니라.”」
Ⅴ. 깊은 성리(性理) 연마
주산종사는 지혜 또한 출중하여 성리에도 밝아, 「진경(眞境)」, 「적멸(寂滅)의 궁전(宮殿)」, 「심금(心琴)」을 비롯, 성품자리를 밝힌 많은 시가(詩歌)를 남겼다.
성리품 30장에 보면 주산종사가 대종사와 더불어 과거 부처님의 전법게송(傳法偈頌)에 관해 공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종사 선원에서 송도성에게 “과거 칠불(七佛)의 전법 게송을 해석하라” 하시니, 도성이 칠불의 게송을 차례로 해석하여 제칠 서가모니불에 이르러 “법은 본래 무법(無法)에 법하였고 무법이란 법도 또한 법이로다. 이제 무법을 부촉할 때에 법을 법하려 하니 일찍이 무엇을 법 할꼬”하거늘, 대종사 “그 새김을 그치라”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본래에 한 법이라고 이름 지을 것도 없지마는 하열한 근기를 위하사 한 법을 일렀으나, 그 한 법도 참 법은 아니니 이 게송의 참 뜻만 깨치면 천만 경전을 다 볼 것이 없으리라.”」
또한 대종사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을 모아놓고 부처님의 공부·사업에 더욱 정진할 것을 주산종사와의 문답을 통해 부촉한 법문이 부촉품 8장에 나온다.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물으시기를 “너른 세상을 통하여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분이 어떠한 공부로 제일 큰 재주를 얻어 고해 중생의 구제선이 되었으며 또한 그대들은 어떠한 재주를 얻기 위하여 이곳에 와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가” 하시니, 몇몇 제자의 답변이 있은 후, 송도성이 사뢰기를 “이 세상에 제일 큰 재주를 얻어 모든 중생의 주제선이 되어 주신 분은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시오, 저희들이 지극히 하고 싶은 공부도 또한 그 부처님의 재주를 얻기 위한 공부로서 현세는 물론이요 미래 수천만겁이 될지라도 다른 사도와 소소한 공부에 마음을 흔들리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지행을 얻어 노·병·사를 해결하고 고해중생을 제도하는 데에 노력하겠나이다.” …」
7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