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의 마음 일기 ] 마음 일기 3 . 법호를 받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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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의 마음 일기 ] 마음 일기 3 . 법호를 받고나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23 16:52
  • 호수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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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는 법호(法號) 받을 사람들의 기도식이 있었고 오늘 10시에는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법호 수여식이 있었다. 재가교도가 법호를 받기 위해서는 법랍, 즉 원불교에 입교한 지 20년이 경과되고, 연령 만 50세, 원성적(공부와 사업 성적)이 정3등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한 교도에게 남자는 산(山), 여자는 타원(陀圓)이라는 칭호를 주는 것이다. 나는 중산(中山)이라는 법호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 법호를 받게 된 것은 어릴 때는 판타원 이효원 교무님이 계셨고, 강남교당에서는 항상 격려해주신 서타원 박청수 교감님과 길타원 윤순명 교무님을 비롯해서 수많은 스승님들의 지도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법문에 법호인은 세간의 보살이요, 진흙 속의 연꽃이라고 하셨다. 비록 교단에서 여러 항목으로 평가하여 법호를 주셨겠지만 실제로 그만한 정도의 인격을 갖추었고, 운심처사(運心處事)하는 게 그 정도 수준인지 스스로 평가해 보면 많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미흡함을 채우고 보완해서 명실상부한 법호인이 되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서 앞으로 실행하고자 다짐해 보았다.
첫째로 착심을 두는 곳이 없는 마음을 길들이고, 매사에 과불급이 없는 중도행(中道行)을 하고자 한다. 나는 오래 전에는 부자가 되고,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무슨 일을 할 때는 과도할 정도로 그것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이러한 욕심이나 착심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보다 차라리 어떠한 상황이나 순역 경계 속에서도 분수에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한 심경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더 소중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항상 공부하는 심경을 놓지 말아야 한다. 혼자 있을 때를 이용하여 하루 한 시간 정도 선(禪)을 하고, 틈이 있을 때마다 무시선(無時禪)을 하여 일을 당했을 때 신중하고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성품 자리를 확연히 깨쳐서 일의 시비이해(是非利害)나 대소유무(大小有無)의 이치에 걸림이 없어야 한다. 법문에 견성(見性)하지 않고는 항마(降魔)할 수 없다고 하셨다. 이를 위하여 지금까지 부족했던 의두(疑頭)를 연마하고 성리(性理) 공부를 하는 등 속 깊은 공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로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의 뜻을 새겨서 사람에게 관심과 성의를 가지고 불공하는 심경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히 주변의 인연들에게 자신만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에너지의 일부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거기에 나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나 직장에서는 나와 가정을 우선순위로 했고, 가정에서는 가족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판단이나 아집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의 세정을 알아주려고 노력하고, 남이 싫어하는 일 보다 남이 좋아할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사생일신(四生一身)이라는 대의(大義)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청정히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말을 할 때는 충분히 생각해서 설익은 말과 마음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는 말을 삼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남의 험담이나 헐뜯고 시기하는 말로써 상극의 인연을 만들기 보다는 말 한마디라도 인격이 묻어나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법호인이란 살아서는 후진의 사표가 되고, 죽어서는 조상이 된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원불교를 나름대로 열심히 믿고 실행해서 법호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더욱 속 깊은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행했던 모든 행동이 어설프고 부족했던 삶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활불(活佛)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 (2006. 5. 21.)

8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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