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그 내면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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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그 내면의 얼굴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1.22 10:05
  • 호수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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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타원 이청진 교도
구리교당

무더위 속에서는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왔고 단풍이 들었는가? 하니 
낙엽이 지고 초겨울이 되었습니다. 전에 없이 자연재해로 소란스럽던 여름날들도 여기저기서 온정의 손길을 건네며 지나가고 모처럼 마스크 없는 가을 문화축제가 열리고 계절은 어김없이 차근차근 가고 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약속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기다림으로 익는 믿음이 있겠지요. 그리고 자연의 질서는 동식물에게 주는 최대의 배려입니다. 조급하고 성급하면 규칙을 어기고 그 성급함 속에는 자신마저도  불안하고 믿지 못하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노란 가방을 메고 줄을 서서 건널목에 차분하게 파란불을 기다리는 모습에는 조급함이 없습니다. 분명히 파란 불이 들어오면 건널 수 있다는 믿음을 배운 거겠지요.
유명 맛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면 분명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줄 서기에 익숙합니다.
명절 때 여기저기서 밀리는 교통상황과 사고 소식이 이어 질 때면 조급함의 소산물이 질서를 무너트리고 혼란을 야기 시켜 더욱 더디고 힘겨운 상황들을 초래합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바심과 시기심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요한 보물, 도덕적 가치관과 지성적 교양을 팽개치고 불안한 눈길로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합니다.
조급한 사람의 깊은 내면은 불신입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인생을 불신하면 조급하고 불안하며 남을 믿지 못합니다.
걷기에 적당한 기온이 요즘입니다 걸어서 20분 30분 거리는 빠른 자동차보다 조금 일찍 나서서 걸으며 길에서 만나는 소중한 풍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때로 운수 좋은 날에는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아빠나 엄마가 미는 유모차에 깨끗한 아기 얼굴도 살며시 들여다볼 수 있는 행운과 낙엽이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빠른 자동차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연과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히 건강에도 보탬이 되는 다리에 힘이 생기니 1석 2조입니다. 걷는 것은 건강과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빨리빨리의 병폐는 부실하고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민첩함과 조급함은 다릅니다. 기다림으로 가을의 열매가 단맛을 들이듯이 자신의 할 일을 차근차근 어김없이 해내는 계절처럼 우리의 삶도 때에 맞는 일과 이치에 조급함 없이 차분하고 지혜로운 시간의 바탕은 믿음입니다. 우리들의 신앙도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한 계단 한 계단 놓치 않고 서두르지 않고 디디고 걷다 보면 여래의 모습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점점 더 조급해지는 세상을 바라보며 기다림의 미덕이 더욱 아쉬운 시절입니다.

 

 

1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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