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를 나폴거리며 자전거 앞에 예쁜 강아지를 싣고 달리는 만화 속의 소녀가 멋있게 보여 자전거를 배우고 싶었다. 그 꿈을 예비교무 시절 영산에서 이루었다. 단체로 자전거를 구입할 기회가 있었고 개개인의 특성은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자전거 덕분에 다리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걸음마를 배우듯, 굴러가는 자전거에 환호하다가 넘어지고 멈추기를 수없이 한 후, 드디어 짧은 머리를 나폴거리며 영산성지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바라는 바가 있으면 인연이 닿는 이치가 있다. 프로급의 실력을 갖춘 동기가 있었고, 이후에도 중간중간 기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꾸준히 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재능도 없어 아주 쉬운 코드로 된 노래도 누군가와 함께 하려면 한참을 연습해야 한다. 가끔은 뻔뻔하게 교도님들 앞에서 “끼 있는 교무가 끼 부릴 곳이 없으니 우리라도 들어줘야지 생각 하시라”며 귀를 어지럽게 한다. 늘 혼자 연습할 때보다 잘 안되어 아쉽다. 그래도 쉽고 익숙한 노래 몇 곡 정도는 제멋에 혼자 즐길 만큼 되었으니 나름 성공이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막연하게 라디오 성우나, 진행자가 되고 싶었다. 성우나 진행자가 된다면 첫방송을 “여러부운~ 꿈은 이루어집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편안하게 내 얘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물러가지 않고 가슴 한편에 소심하게 자리하고 있던, 그저 꿈인 줄 알았던 바램이 현실이 되어 원음방송국에서 10여년을 라디오 교화프로그램등을 제작, 진행할 수 있었다. 그저 꿈으로만 간직 할 뻔한 마음을 접지 않게 해 준 고마운 인연들 덕분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누군가가 듣고 있음을 확인했을 때나 라디오를 통해 내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기쁨은 방송일을 하는 내내 퇴색되지 않았었다.
꿈과 바람이 성취의 씨앗이 된다. 각자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유전자와 업식에 의해 어떤 꿈은 간절하기도 하고 조금 덜하기도 하다. 간절할수록 성취의 열매를 얻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철이 들수록 얻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도 달라진다. 달라져야 한다. ‘뭣이 중헌디… ’ 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나도 그렇다.
대종사님도 그렇고 대부분의 성자들이 젊은 나이에 도를 얻었다는 사실에 ‘난 이번 생은 아닌가 봐’ 절망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 꿈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보다 한참 늦게 현실이 되었다. 뒤늦게야 간절 해지고 있는 이 서원 또한 늦깎이로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능한 공부요, 밥 먹기보다 쉽다 하셨으니, 어느 날 문득 “아하!” 외칠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갈 일이다. 새 해는 새 희망에 부푸는 것이 제격이다. 용의 해이니 마음의 여의보주 얻기를 희망한다. 더욱이 우리 교단의 4대 1회가 시작되는 해가 아닌가.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