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교당 교도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관람하신 1929년의 조선박람회에는 동양 최초의 로봇이라는 ‘가쿠텐소쿠(學天則)’가 출품되어 큰 화제였다.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에서 일하던 니시무라 마코토(西村眞琴)가 만들었는데, 이 로봇은 책상에 앉아 있는 금색 피부에 관을 쓴 사람 모양을 하고 오른손에는 펜, 왼손에는 등을 쥐고 있었다. 가쿠텐소쿠는 위에 앉아 있는 새가 울면 명상을 시작하고, 이윽고 깨달음을 얻으면 등을 밝히고, 펜으로는 그 깨달음의 내용을 적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화두인 이 시대보다 거의 100년 전에 조선박람회를 관람한 백여만 명의 사람들이 이미 로봇을 보고 신기로워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쿠텐소쿠가 당시에는 매우 놀라운 발명품이었겠지만, 사실 그것은 로봇이라기보다는 내부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정교한 인형에 불과하였다. 그에 비하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은 참으로 과학 문명의 최첨단이라고 할 만하다.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무수한 데이터를 반복 학습한 결과 컴퓨터를 써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문서를 요약하고, 각국어로 번역하고, 상황에 맞는 글을 짓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을 분석하여 질병을 찾아낼 수도 있으며, 음악을 작곡할 수도 있다. 로봇은 이미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으며, 동물이나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로봇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2억 명이 Chat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내장한 스마트폰이 나와서 대부분 사람이 곧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쓰게 될 것이다.
이제 물질문명은 혁명을 넘어 ‘개벽’하고 있다. 대종사께서 이 교문을 여실 때 과학 문명이 발달하여 사람이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셨는데, 현재 많은 전문가가 인공지능이나 로봇 개발이 통제 없이 계속되어 인간의 능력을 크게 뛰어넘게 되면 인간의 존재가 위협받으리라고 두려워하며 개발을 늦추거나 중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물질문명의 발달을 두려워하는 근본 원인은 물질개벽에 대응할 정신개벽을 아직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옛 시대의 종교가 그 효용을 다하며 종교인구가 줄고 있다. 특히 물질문명을 선도하는 선진국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다. 종교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 대안을 명상, 요가에서 찾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대종사께서는 이런 시대가 올 것을 이미 아셨고(교의품 13, 14장), 새 시대에 정신개벽을 주도하는 새 종교가 나오도록 법을 짜셨다. 우리의 사명은 그 법을 이 시대의 언어로 세상에 펴서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종법사께서 개벽성자가 되자고 하신 올해, 물질개벽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다.
1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