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 교당 교도 문화 평론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인생의 결정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영화줄거리
1960년대 초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 17살 이후 백인 아이들의 보모로 일을 한 흑인 여성 에이블린이 살고 있다. 아직 인종 차별이 법적으로 인정되던 시대이다. 육아의 달인인 그녀의 단짝 친구 미니는 그 누구보다도 음식을 잘 한다. 에이블린은 백인 여성들의 모임에서 일을 돕다가 다른 상류 여성들과는 다르게 작가를 꿈꾸고 있는 ‘스키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여성을 만나는데 ….
“헬프”는 인종을 넘어선 우정과 신뢰 그리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휴먼 드라마이다. 영화는 어릴 적 추억을 바탕으로 쓴 원작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각색과 편집을 통하여 좀더 입체화하고 등장하는 주연, 조연 그리고 단역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들의 서로 다른 성격과 분야를 톱니바퀴처럼 맞추어 가며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영화는 60년대 미국 남부 사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풍족한 듯한 백인들의 타성에 젖은 삶 속에 추잡하고 역겨우면서도 한편으론 동정심을 일으키는 내적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에 반하여 흑인들의 생활은 모자라고 억눌려 있지만 안으로는 솔직하고 따뜻한 것으로 묘사한다. 품위를 찾으려고 격식만 차리는 듯한 위선과 거짓이 만연한 백인 사회와 격식은 없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없는 것이 아닌 흑인사회의 대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서도 그 두 인종 사회의 한쪽 면 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많은 부분 스키터와 에이블린의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작과 끝부분은 에이블린 것이다. 이것은 가정부들의 글을 모은 스키터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설의 진정한 작가는 에이블린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영화에서 아주 짧게 등장하는 스키터의 나이든 보모 콘스탄틴의 대사는 ‘마음’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를 끌게 한다: 못 생겨지는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새로운 결정을 하고 매일 매일을 새롭게 살아가라. 너 자신에게 물어보라. 바보 같이 타인의 판단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 등등… 콘스탄틴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음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평생토록 곱씹어 보아야 할 내용이다.
책이 출간되고 큰 성공을 거두어 그 내용이 작은 마을에 알려진다. 그 보복으로 어쩔 수 없이 보모 일을 그만두게 된 에이블린 그녀가 마지막으로 맡게 된 아이인 모블리를 가슴 아파하며 떠나게 된다. 엄마의 꾸중을 들을 때마다 에이블린이 아이에게 반복해서 해줬던 말은 “너 착하고 너 똑똑하고 너 소중해”였다. 다시 한번 그 말을 아이에게 되뇌게 하는 에이블린의 모습은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이 세상에 억압받고 슬퍼하고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평등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저 이루어지지 않으며 때로는 눈 크게 뜨고 현실을 바라보며 행동해야만 얻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며 대종사님의 ‘강자와 약자의 진화상요법’을 생각해 본다.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는 그 말씀에서 강자는 강자대로 약자는 약자대로 자신과 사회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판단과 결정에 대응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느낀다. 주인공 에이블린처럼 대로를 당차고 씩씩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걸어가자. 나에 대한 그 누구의 판단도 그저 흘려 보내며 지금 여기에 충실한 새해를 맞이하자고 나자신에게 다짐해본다.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