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피파 랭킹 23위인 한국이 70위인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채 0:2로 패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역대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도 어이없는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고 패했다면 오히려 박수를 쳐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날의 패배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래서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밝혀졌다. 손흥민을 위시한 선배들과 이강인을 비롯한 후배들 간의 갈등이 표면적인 원인이었다.
감독만 바뀌었을 뿐 선수는 거의 같은 팀이건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원팀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졸전을 거듭하다 패한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스포츠, 특히 팀을 이루어서 하는 경기는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 기술이 좋아도 마음이 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기술이 좋은 선수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를 선발한다‘고 한다. 한국 축구는 투지를 앞세운 정신력이 최대의 자산이었다. 그런 한국축구가 그 정신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비단 스포츠만 그럴까?
거기에는 세대 간의 갈등이 크게 작용했다.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선배 세대와 자유분방한 후배 세대는 사고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선배가 “모이라는 소리 못 들었냐”고 하자 후배가 “못들어서 못 들었다고 하지 뭐라고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전체(팀)를 중시하던 문화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둘째, 감정 처리의 미숙함이다.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이 일어날 때 그 감정을 상대에게 퍼부으면 관계가 성그러진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상대 때문이 아니고 내가 일어난 현실을 거부하고 상대를 내 기준으로 판단분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셋째, 대의에 물 같이 합하는 심법을 배워야 한다. 설령 내 맘에 들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대의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다. 감독은 팀과 선수가 원팀이 되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갈등을 조정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동기부여를 잘 해야 한다. 선수들이 ‘설사 경기에 뛰지 못해도 내가 이 팀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야 한다. 그만큼 지도자의 능력과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 교단의 일이라 여기자. 그러면 배울 것이 참 많다.
2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