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산 박영호 중곡교당 교도의 <생활속 마음을일기>를 통해 내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바라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나는 60대 중반의 할아버지인데 내 취미중 하나가 청소와 설거지다.
청소는 우리 아버지 때부터 잘 하셔서 집안내림이고 설거지는 결혼 후 바쁜 아내를 돕다보니 종목이 추가되었다.
대부분 아내들은 맛있게 먹기 위한 음식준비는 힘든지 모르고 열심히 하지만 밥먹고 나면 배도 부르고 지저분한 그릇을 씻는 것은 내켜하지 않는다.
이 때 남편이 거들어주면 아내에게 큰 힘이 된다. 특히 손님을 치루거나 명절에 상을 치우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남편이 도맡아주면 아내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좋아라한다.
나는 아직도 직장에 나가고 있어서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집에서 밥먹을 때면 웬만하면 내가 먼저 일어나서 설거지를 자청하고 그릇이 몇 개 안되더라도 오래오래 깨끗이 씻곤한다.
나에게는 아들만 하나 있고 그 아들이 초등학교동창생과 대학 때 싸이월드에서 만나서 오래 연애하다가 4년전에 결혼을 했으며 작년에 아들을 낳아 울산에서 키우다가 금년 1월에 안산지청으로 발령을 받고 세 식구 모두 이사왔다.
이제 손자가 7개월 되었는데 그동안에는 마침 며느리친정이 울산인지라 사돈이 기꺼이 잘 돌봐주셔서 편하게 지냈다.
서울 가까이에 이사를 왔으므로 우리 부부가 안산 아들 집에 자주 가게 되는데 문제는 며느리가 집안정리하고 청소하고 설거지 하는데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나와 아내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집안을 깔끔하게 정돈해놓고 산다.
우리 생활방식으로 며느리를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며느리가 직장에 나갈 때는 바빠서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출산휴직으로 전업주부이고 어린아이 하나 키우는게 전부인데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좋은 점도 있다.
며느리는 시부모가 집에 오신다고 해서 따로 집을 치우지 않기 때문에 불편해 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서 우리가 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시댁식구라는 개념이 없이 친정부모님의 내방처럼 편하게 대한다.
아내는 며느리와 사이 나빠질까봐서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고 어지러운 꼴을 보며 참느라 애쓴다.
집안을 깨끗하게 해놓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질러 놓고 사는 사람이 게을러 보이지만 어질러 놓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깨끗하게 해놓고 사는 사람을 보면 결벽증세로 보일 수도 있고 오히려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깨끗하게 해놓느냐 어질러 놓느냐는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 생활습관일 뿐이다고 애써 스스로 위로하며 지낸다.
며칠 전 안산 아들집에 다니러 갔다. 필요한 물건도 가져다 주고 밥도 사주고 아이도 봐주고 내가 설거지도 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며 훈련하는 것은 차별심을 없애기 위한 것인데 굳이 아내와 며느리를 차별할 일이 무엇이냐? 는 생각이 들자 체면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아내를 위해서는 여지껏 설거지를 잘 해왔는데 며느리를 위해서 못 할게 뭐 있느냐는 생각을 했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3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