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방을 가거나 의외의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원불교 교당을 만나게 되면 너무나 반갑고 반가운 마음에 대각전에 분향이라도 하려고 하면 교당 출입구가 닫혀있어 순간적으로 일원상앞에 두손을 모아야지 하는 빈마음이 요란하기 짝이 없어진다.
한번 먹은 마음을 실행하고자 벨을 누르거나 전화로 소통을 해보지만 내가 마음 먹었을 때 단번에 교당 대각전에서 두손을 모으고 분향을 한 적은 단언컨대 없다.
지방의 모 교당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해 외부 화장실을 개방했으나 외부 화장실 옆에 용변을 보아 다시 화장실에 자물쇠를 채우자는 의견으로 분분하다가 결국 화장실에 자물쇠를 채웠다며 ‘청소 한번 하면 될 것을 ....., 화장실문도 개방 하지 못하는데 무슨 교화를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천주교 성당이나 교회등에서 화장실을 개방하고 심지어는 다실(茶室)까지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이나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그들의 공간을 내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면 오고가다 성당이나 교회의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와 끝내 교도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예약 없이 종교시설을 찾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느 정도 곁을 내주고 있는지, 약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고 있는지….
세속사회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보면 종교만의 배타적 속성으로 세속사회를 등한시하고 가르치려 하는 종교는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세속사회에서 종교는 세속의 일부로서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이 충족될 때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 원불교는 세속사회 속에서 세속사회와 함께 같은 시대를 누리고 대중과 함께 사회속에서 그 교리를 펼쳐내는 종교로서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소태산 대종사가 서울 교화를 시작한지 꼭 100년이 되었다. 원불교가 그동안 세속사회와 함께 걸었던 성과가 작지 않지만 지금, 여기 이시대에 우리 원불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할 지를 세속사회 속의 역할을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하고 실천한다면 서울 교화의 변곡점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서울교구의 각 지구별 기념 법회 주제에 따른 21일간의 동행키트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