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3) 부부 공동일기
상태바
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3) 부부 공동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4.03 17:49
  • 호수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부부는 45년간 부부공동일기를 쓰고 있다. 한사람은 필자요 한사람은 독자가 되어 읽고 쓰다 보니 긴 세월을 끊이지 않고 쓰게 되었고 이제는 우리집 가보 1호가 되었다. 우리 부부가 개인 가정은 물론 직장 나라 교당에서 보고 들은 얘기들을 육하원칙에 의해 쓰고 생각까지 자세히 기록하다보니 생활 속 마음일기가 되었고 부부가 평생 편지를 주고받는 효과가 생겨 상대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아내가 은행에서 준 가계부에 수입. 지출 항목을 자세히 적고 상단의 빈칸에는 간단한 메모를 적었다. 그 것도 날마다는 아니고 가끔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날만 적었다. 1979년 12월에 결혼해서 1980년 1월 9일 처음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그 날엔 ‘콜라 3병 390원, 무 1개 200원, 갈치 1마리 200원, 동태 1마리 200원, 파 1단 100원’이 적혀 있고, 1월 11일에는  ‘돼지고기 반근 500원, 두부 1모 100원’이 적혀 있고, 1월 14일 ‘큰댁 할머님 제사 아버님 상경’이라는 메모가 있고, 1월 17일에는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정근수당 포함 월급 201,735원, 1월 21일 에는 군필 대졸 초임 은행원이었던 내 월급이 178,0000원 이라고 적혀 있다. 
시작은 그렇게 미미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45년의 방대한 기록이 적혀 있다. 요즘은 은퇴하고 집에 있으니 일기 쓰는 것이 나의 가장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아내는 25년 전에 교직에서 명퇴하고 생활이 단순해져서 일기 쓸 거리가 적어 지금은 거의 내가 쓰고 아내는 가끔씩 찬조출연하는 정도인데 어떨 때는 나도 한 일이 별로 없어 일기 쓸거리가 마땅찮아 한참을 고민하기도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 들고 50년은 채우겠다는 각오로 계속 쓰고 있다.
아내에게 그 날의 일기를 읽어주며 공감하고 한 해가 끝나는 12월에는 하루에 반 달 분을 읽어주며 한해를 회상한다. 또 연말에는 1년 동안 쓴 일기를 돌아보며 우리 집 10대 뉴스를 나름대로 선정하기도 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엊그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데 우리 집 일기장을 뒤적여보면 모든 기록이 소상히 생생한 감정이 그대로 적혀 있어 사실을 정확히 반추할 수 있고 가끔은 관계있는 주변사람들에게 일기를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깜짝 깜짝 놀란다. 어느 날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고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그 집 결혼식에 갔다 온 기록을 읽어주었더니 자기 집 행사가 우리 집 일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깜짝 놀라며 좋아하니 우리 집 일기장을 보면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
나는 부부사이가 좋다고 주변에 많이 알려져 있어 주례부탁을 많이 받았고 19년 동안 주례를 57번이나 했는데 신랑신부가 주례를 만나러 올 때는 우리 집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집에 와 다과를 나누며 보통 두 세 시간가량을 어떻게 하면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려 우리 집 가계부의 기록을 몇 대목씩 읽어준다. 나중에 내 나이가 되었을 때 후배들에게 당당히 행복한 너희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면 고맙다며 수긍을 하고 더 잘 살아 갈 다짐을 한다. 
이렇게 우리부부의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을 보여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지껏 행복하게 잘 살아온 것에 대한 보은이며 후배를 잘 가르치며 살아야 되는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쓴 일기 일부분을 옮겨본다. 
2024. 1월 30일
내가 주례 선 김◯◯ 변호사 부인이 새해맞이 전화를 했다. 결혼할 때는 내가 대단한 주례이신 줄 몰랐는데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 갈수록 정말 특별하신 주례선생님의 주례와 개별챙김을 받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감사전화를 했다. 나도 내 일생에서 후배들 주례를 서주고 좋은 얘기 해준 것이 가장 값진 일이라고 대답했다. 자녀들이 중3, 초등5와 4학년인데 내가 주례선생님이라고 전화로라도 인사드리라고 시킨다. 김◯◯ 변호사는 직장 후배로 만나서 우리 아들을 법조계로 인도해주고 우연이지만 원불교 후배이며 고려대 후배인 지중한 인연이다. 
그런데 김◯◯ 변호사가 로펌 대표변호사로 잘 나가고 있어 참 좋은데 이번 4월 총선에서 모 당 국민추천제 후보로 공천되었다니 잘 되길 바란다.

                            

                  

4월 5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