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13) 정녕 꿈은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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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13) 정녕 꿈은 아름다운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7.03 12:57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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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박영호 중곡교도 교도

 

나는 꿈이 괴롭다. 또 나쁜 꿈을 꿀까 봐 잠자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나는 은퇴하고 돈 버는데서 벗어나 연금생활자로 별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밤이 되면 꿈에서 영혼이 헤매고 다니는 것처럼 온갖 악몽에 시달린다. 그런데 10살 짜리 우리 큰 손자도 자기 집에서 잘 때는 무서운 꿈을 꾸는데 할아버지 집에 와서 자면 나쁜 꿈을 꾸지 않고 깊이 잔다고 우리 집에서 자는 것을 좋아한다. 손자가 낮에 전투장면 게임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서 보지 말라고 한다.
주로 내 꿈은 전쟁이 일어났는데 총이 없거나 ,도망가야 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거나, 공중에 붕 떠서 지붕위를 날아다니거나, 소변이 마려운데 화장실을 못 찾거나, 대학시험을 다시 보는데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거나, 회사에 복직하여 일을 하는데 업무를 몰라 헤매고, 골프치는데 티를 어디다 꽂아야 할지 모르는 꿈 등 거의 날마다 나쁜 꿈을 꾼다. 꿈 속에서도 빨리 꿈을 깨고 싶다고 소리치고 또 소리쳐 보지만 입만 바짝 타지 꿈에서 빠져 나와 지지가 않는다. 밤새 나쁜 꿈을 꾸고 나면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때로 정신분열이 일어날 지경이다. 심지어 나쁜 귀신에 씌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꿈은 잠재의식의 발로라고 하는데 나는 낮동안은 평안하고 이렇다 할 걱정도 별로 없는데 왜 밤만 되면 이상한 일들이 계속될까? 아마도 지금은 평안하지만 일생을 살아오면서 나를 억눌렀던 걱정거리들이 꿈에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비교적 순탄하게 인생을 살아 왔다고 생각 하는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오랫동안 혼자 고민하다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봤지만 신통한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학타원 교무님이 우리 교당을 떠나시기 직전에 목산님과 현타원님이 계신 자리에서 식사하며 여쭈어봤더니, 학타원님께서는 나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으니 잠들기 전에 참회게와 청정주를 외우라고 하시고, 또한 나는 착한사람 강박관념이 있어서 자기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온 이유일 수도 있으니 굳이 착한 체 하지 말고 있는대로 편하게 살라고 하신다.
목산님은 꿈을 확대해석하지 말고 잊어버리라고 하신다. 전에는 나쁜 꿈을 꾸면 깨고 나서 그 꿈을 다시 생각해보고 복기하여 스토리를 이어 보려고 하고 아내에게 무슨 꿈을 꾸었는지 얘기해주면 “어떻게 꿈 내용을 그렇게 상세히 기억하느냐”고 놀라기도 한다. 꿈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주장의 논리까지 훤히 기억이 나니 신통하다.
나는 원래도 잠자기 전에 최후 일념이 최초 일념이라는 말씀을 떠 올리며 하루 있었던 일 중에 좋은 일만 생각하고 고마운 사람만 생각하고, 청정주를 외우며 잠들었었는데, 학타원님 상담후 요즘은 자기 전에 참회게와 청정주를 아울러 외운다. 또한 무슨 꿈을 꾸었든지 괘념치 않고 그냥 개꿈이다고 생각하며 애써 다시 떠올리지 않고 무시하며 살다 보니 조금 편해지기는 했다. 꿈을 안꾸고 싶지 않지만 꿈을 꾸게 되고 꿈에서 깨어난 다음에 온전한 정신이 되었을 때 나쁜 꿈에 붙잡히지 않고 빨리 놓아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꿈은 여전히 꾸지만 괴롭지는 않다. 우리법문에 경계인 줄을 알기만 하고 경계를 성가시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는데 꿈도 일종의 경계이므로 꿈을 성가시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스승님께서는 꿈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 하시는데 아직은 내 힘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육신을 떠난 영혼이 아직 자기가 살아 있는 줄 알고 이렇게 꿈에서처럼 영계를 떠도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스승님께 터놓고 문답감정을 해야겠다. 우리 교법의 장점은 무조건 믿지 않고 의심을 내어 고민하고 해오를 얻어 훈련하여 실천하는 것인데 주변에 많이 계시는 스승님과 법동지들과 함께 공부해 나가야겠다. 

 

7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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