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의 서울교화 100년 기념법회를 준비하면서 교화100년과 대사회 메시지 테마 4개(마음공부·은혜나눔·기후환경·생명존중)를 만들게 된 계기를 <한울안신문>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어반피크닉의 방경은 대표의 원불교 서울교화 100년 프로젝트의 탄생 과정을 4회에 걸쳐 싣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원불교 서울교화 100년 기념법회 <우리 시대의 문제는 원불교에 답이 있다>에 연결 주제 가운데에서도 가장 사회적 이슈가 아닐까 싶은 것이 바로 <기후환경>과 <생명나눔>이었다.
이미 기후재난과 환경위기는 원불교 뿐만 아니라 서울, 나아가 전 세계적 이슈이자 문제이다. 생명을 경시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아픈 병증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정책과 실천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풀리거나 달라지지 않고 모두의 미래와 연결된 파급력이 큰 문제이다. 과연 이런 엄청난 문제의 답이 원불교에 있을까?
<기후환경>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 한국 아니 조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환경보호’라는 인식이나 말조차 없었을 것이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쓰이고 활용되는 것이 당연했다. 환경을 훼손하고 함부로 하면 그대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은 그 이후로도 한참 뒤에야 상식이 되었다. 정전에서 천지은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다.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가 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고,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관계라면 그 같이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논리적으로 너무나 맞는 말 아닌가. 마치 100년 뒤 미래를 예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후환경>이슈를 다루면서 원불교의 ‘천지은’이란 뜻이 좀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후재난과 환경위기로 불투명해지는 생존가능성과 미래로 인해 지금의 10-20대는 기후우울증(자연재해에 대한 공포 이외에도 자신이 노력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 환경을 망가뜨린 인간에 대한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을 포괄한다)을 앓고 있다.
이미 109년 전에 전해진 천지은에 대한 생각과 말씀이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기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환경보호)에서 나아가 천지에 감사하고 실천하는 활동(환경감사)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핵심관계자 워크숍의 참여자 의견 가운데 도출되었다.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실천을 위해서 필요한 생각과 방향의 전환이었다.
<기후환경>은 적극적인 활동이자 실천가로서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캐릭터 [삼덜]로 상징화되었다. ‘덜 만들고, 덜 개발하고, 덜 쓰고!’를 외치는 [삼덜]이와 함께 실천 선언 손팻말을 들고 실천 선언을 하는 이벤트 존도 만들었다. 그리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고자 전시관 판넬을 종이(골판지)로 제작하여 재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생명나눔>
사실 필자는 원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 시아버님의 천도재를 7주간 원불교 교당에서 지낸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장례에 모두가 정신이 없었고, 삼일장이 끝나고 난 후에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교당에 모여 천도재를 지내며 천천히 시아버님의 타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교무님께서 해주셨던 말씀과 함께 읽었던 천도문, 그리고 참석한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왕생을 빌었던 시간이 그저 황망하기만 했던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위로가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원불교에 대한 호감과 감사가 마음에 남았던 차에 인연이 원불교 서울교구까지 이어진 것이다.
때문에 워크숍에서 잠실교당에서 자살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 깊이 감동했다. 자살은 자기살인이기 때문에 어느 종교에서나 금하는 엄청난 죄이다. 자살자에게 구원이 없다는 신학적 해석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변인과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같은 후회로 평생 지우지 못할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자살 유족의 자살률이 8.3배 더 높은 것은 우리의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자살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몇 년째 묵묵히 지내 온 원불교의 마음과 뜻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했다.
천도의식은 망자(영가)뿐만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위로를 넘어 생명의 근원은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우리의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몸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말함과 동시에 서로를 돌봐야 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생명은 구분되지 않고 단절된 둘이 아니다는 진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에 둔감하고 무관심하다. OECD국가 가운데 1위의 자살률, 지금 이 순간에도 귀한 생명이 덧없이 버려지고 있다. ‘만물이 한 체성’이 원불교의 답이라면, 구체적인 실천 행동으로 국가에서 마련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알리고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다.
<생생> 캐릭터는 생명존중 지키미를 표상한다. 높은 공감력과 회복탄력성을 가졌다. 주의깊게 경청하고 공감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주변의 생명에 관심을 갖고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기, 적극적으로 구조하는데 나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7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