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17) 초등학교 동창들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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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17) 초등학교 동창들과 친해지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8.21 20:48
  • 호수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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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년 전에 유무념조항으로 초등학교 동창들과 친해지기를 추가했다.
작은 군단위의 시골 우리 초등학교 재경 동창회는 장기간 회장과 남녀총무가 헌신적으로 활동을 해서 아주 활발하게 모임을 잘 하고있다. 
3개월에 한번 정기모임을 하는데 30명 가까이 참석하여 종로구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밤늦게까지 70살이 넘은 남녀친구가 어울려 재미있게 야자놀이하고 노래와 춤을 즐기면서 신나게 놀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런데 그동안 난 친구들에게 욕먹지 않을 만큼만 모임에 가끔 참석하여 식사만 하고 2차 노래방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있는 친구는 내 수준에 맞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친구들이고, 초등학교동창은 그저 동창일 뿐 내 마음을 터놓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로 생각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려운 시절인 1950년대 초에 태어나서 많은 초등학교 동창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한평생을 험난하게 살아왔다. 
오랫동안 서로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 달랐고 나는 중.고등학교를 전주로 가서 방학 때 잠깐씩 고향에 갔던지라 고향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릴 시간이 적어 공통의 추억이 별로 없어서 만나면 반갑다는 말 외에 별로 할 얘기가 없어 모임에 나가기는 하지만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왔다. 더구나 전에는 술도 안 먹고 노래방에도 안가기 때문에 어울리기가 더 힘들어서 모임에 나가도 늘 겉돌았다.
유무념조항으로 초등학교 동창들과 친해지기를 추가한 것은 내 마음속에서 분별심과 차별심을 없애기 위해서다. 사람은 자기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허물없이 친해지기 어렵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은 공부 못하는 사람을, 부자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지위가 높은 사람은 지위가 낮은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나도 혹 덜 배운 친구들을 무시하고 마음을 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정기모임이나 산악회모임에 잘 참석하여 친구들과 더 스스럼없이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가까이 다가가서 그 친구들의 살아온 얘기들을 들어보니 나의 편협함과 어리석음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나름대로의 장기와 강한 소신이 있으며 생활의 지혜도 열려 있고 대체로 노년준비도 잘 하고 있다. 아직도 열심히 돈을 벌어 모임에 기부금을 척척 내는 사람도 여럿 있다. 산악회 멤버들은 한 달에 한번 남녀동창이 만나 가까운 둘레길을 탐방하고 하산주를 마시며 건강관리하며 인생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나도 완전히 은퇴한 후에는 한 달에 한번 가는 산행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가을에 가는 1박2일 지방여행에도 일정이 가능한 참석한다.
나이에 따라 학력의 평준, 미의 평준, 돈의 평준, 건강의 평준… 등 인생의 평준화라더니 정말 그렇다. 이제는 지나간 세월의 차별이 별 의미없는 나이가 되고 오직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러움 받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무시하고 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다.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이 따로 없고 각자의 재주와 형편을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일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자리이타로 서로 돕고 사는 것임을 새삼 알게 되었고,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공부하며 달라진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이젠 그 어떤 초등학교 친구들을 대하더라도 저절로 허리가 숙여지고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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