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과 같이 되는 줄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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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과 같이 되는 줄을 아는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9.04 10:43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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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타원 안혜연 금천교당 교무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겨 왔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 그렇지 싶다. 
배고파 죽을 뻔했고, 어떤 일을 하기 싫어 죽을 뻔했고, 누군가가 보고 싶어 죽을 뻔 했고, 미워 죽을 뻔했고, 수없이 많은 밤에 졸려 죽을 뻔했다. 올 여름엔 더워 죽을 뻔했다. 조금 있으면 추워죽겠을 고비가 또,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고, 우리에게 허락된 생명을 마치게 될 그 날까지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거다.
‘ … 해서 죽겠어…’, 그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 우린 아직 이렇게 건재하다. 
우리 참 대단하지 않은가.  배고파 죽을것 같으면 밥 한술로 거뜬히 그 고비를 넘기고, 하기 싫어 죽겠을 그 일들을 했음에도 죽지 않고 살아 왔고, 더워 죽을 것 같은 여름을 보내고서도 멀쩡하게 살아 있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가뿐히 넘길 우리 스스로를 추앙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겨오며 생사해탈 공부는 얼마나 되었을까. 
계절이 바뀔 때면 일원상 법어에서 밝혀주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이치가 춘·하·추·동(春夏秋冬)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 라는 법문을 다시 연마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처럼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었을까. 
‘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내 생사 해탈의 정도를 가늠해 볼 때가 있다. 
생각으로는 크게 걸릴 것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면서도, 그날까지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자력있게 살다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내 모습이, 노(老)와 병(病)에 해탈을 얻지 못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앞의 죽음을 맞이 해 본 적이 없으니 크게 걸릴 것 없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훗날 민망할 수도 있으니…. 
가을은 수도인의 계절, 공부인의 계절이라는 의미가 새롭게 와 닿는다.
이맘때가, 춘·하·추·동 바뀌는 것처럼, 우리 육신의 계절 생·로·병·사도 자연히 오고 가는 것임을 알아, 시비하지 말고 편안하게 준비하고 맞이하는 공부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늦더위가 한동안 이어질 거라는 예보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처서가 지나자 마자 슬그머니 더위가 힘을 잃는 모양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제법 선선해졌고,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쌀쌀한 가을 날씨가 확연해 질 것 같다.
절기도 믿을수 없다는 일기예보 속에서도 귀신같이 절기를 알아 변화하는 춘·하·추·동이다. 지구 온난화로 절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법 한데, 안간힘을 써서 우리에게 생로병사의 이치를 알려주고자 하는 천지님의 은혜이다. 
가는 여름 오는 가을이 참 고맙다. 생사대사를 연마하게 해주니….

 

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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