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일 주스 드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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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일 주스 드시고 가세요
  • 승인 2002.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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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진"서울시립대학교


“생과일주스 드시고 가세요. 집에서 직접 담근 식혜, 수정과도 있습니다! 테이크아웃(TAKE OUT)도 가능하구요, 리필도 해 드릴께요~~!” 길거리 장사 집에서나 들어봄직한 호객행위지만, 사실은 서울시립대학교 축제(대동제)기간 원불교 학생회(시원회) 법우들이 3일 연속 목이 터져라 외친 소리다.
이번‘시원회 전통찻집’은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해 내고자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1988년 창립을 시작으로 선배님들께서 물려주신‘전통찻집’
이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사람들의 입맛
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시원인들 스스로의 능동적 행사가 아
닌, 축제 때면 의례껏 해야하는 소극적인 행사가 되어버린 것
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재미가 없고,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은 몇명 뿐이고, 연구나 준비도 없이 벌여놓은 찻
집은 손님을 모셔와도 미안해해야 했다.
그래서 행사가 끝나면, 단합은커녕 서로 미움만 쌓이고, 잠깐
이지만 남들처럼 주점해서 술 팔아 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모두 생
각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선은 시원인들의 단합
이 목적이었다. 고시준비 하시는라 바쁘신 선배님들, 복학하신
선배님들, 아직 어려움이 많은 임원진, 새로 들어온 신입생,
모두가 하나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작년같이 하
려면, 전통찻집 하지말라”시던, 김제원 지도 교무님의 기대를
져버리고 싶지 않았다. 좋은 전통을 물려주신 선배님들께도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욕심만으로는
부족했기에 평소 교무님의 가르침대로 삼학공부를 적용해 보
기로 했다.
몇 주전부터 공고하고, 각자 연마 한 후 정기 법회 때 서로
의견을 나눴으며, 행사 일주일 전에 있었던 엠티 때 1시간 30
분 정도 정식으로 ‘전통찻집’회의를 열어, 대략적인 개요를
작성했다.
그때 제안된 것이 요즘 시대에 맞는‘테이크아웃(TAKE
OUT)’과 ‘생과일 주스’였다.
행사 전날, 본격적인 생과일 주스 실험에 들어갔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모두 속이 다려서 더 이상 못 먹을
때까지 만들고 또 만들었다. 행사 당일. ‘시립대 원불교 학생
회 전통찻집’간판을 걸고 첫 주문을 받았다. “생딸기 주스,
바나나 딸기 주스 하나요!”
그 때의 떨리던 심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만든 과
일주스를 돈을 주고 사먹다니..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다. 잠시
후 노란 연등을 빙 두른 시원한 등나무 아래로 한사람 두 사
람씩 모여들어 찻집은 북적대기 시작했고, 뭐라 할 것도 없
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바삐 움직였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일이 재미나 얼굴엔 웃음이 가
득했다. 기껏해야 지나다 인사나 하는 서먹한 사이였던 우리
가 서로를 돕고 함께 일하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3일치 과일은 그날 장사 중 다 팔리고 장을 또 보러 가
야했다. 첫날의 분위기 그대로 선배님들은 시험도 잊으시고 3
일을 모두 함께 하셨으며, 재학생들은 시간표를 작성하여, 시
간 나는 대로 교대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하나된 우리의 모습은 서로에게 믿음을 주었으며, 예전과 달
리 누구든 자신 있게 찻집으로 초대할 수 있었다. 찻집을 찾
아주신 전농교당 청년법우들과 다른 교우회 법우들도 주인된
마음으로 기쁘게 맞을 수 있었다. 모두가 내 일처럼 일심(一
心)으로 행하니 일하면서도 즐겁고, 누구를 탓 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주인 아닌 이가 없었다.
대종사님의 법대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교내 교화, 홍보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시며 뿌듯해하시던
교무님의 미소를 뵈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녹는 것 같았고,
내일을 또 다짐하게 했다. 늘 우리의 역량을 안타까워하시며
‘공부삼아 스스로 자력을 키워가는 기쁨 맛보라’하시던 교
무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 시원회, 더 나아가 시립
대의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며, 우리 스스로를 키워가고 있었
다.
이렇게 3일간의 전통찻집 운영으로 50여 만원의 순수익을 얻
었으며, 이것은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약간의 시원회 물품구
입과 공익사업에 값지게 쓰여질 것이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마주한 시원인들... 뭐라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통 찻집은 어
떤 모습이었을까? 예쁜 생과일 주스와 우리 차가 담긴 향기로
운 일원상 컵들을 교내에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향기로운 일원상이 더 멀리 퍼져나가 많은 시립대 학우들과
시원당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시원회 홈페이지
www.uos.ac.kr"~si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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