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밤에 갔던 갠지스강가로 다시 가보았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자 공터마다 시신을 불태우는 장작더미가 산처럼 쌓여있다.
아침부터 시체 태우는 냄새와 연기가 자욱한데, 미처 타다만 시신의 다리가 그로데스크하게 삐져나와 차마 바로 쳐다보기가 역겨울 정도다. 아마 장작 값을 충분히 내지 못해서일까? 밝은 날에 천국의 계단 바라나시를 바라보는 구도자의 눈에 연민이 인다.
갠지스강변과 골목골목을 다시 돌아보고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로 떠났다. 바라나시에서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이다.
오토렉샤를 빌려 탔다. 그 30리 길을 정말 전쟁을 치르듯 미친 듯이 달려간다. 정말 삶을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인도인들의 생활이 너무나 힘겨운 것 같아 마음이 다 우울하다.
사르나트는 우리가 녹야원이라 부르는 즉, 사슴동산이다. 세존께서 무상정각을 증득하시고, 교진여 등 다섯 비구들에게 최초로 법을 설하신, 바로 불교 교단이 처음 성립된 역사적인 현장이다. 사원 안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고, 법당 벽 전체를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로 장식해 놓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원이다. 어떻게 부처님의 모습을 저렇게 아름답게 표현해 냈을까!
사원 정원에는 다섯 비구를 앉혀놓고 법을 설하시는 초전법륜상이 있고, 그 등 뒤로 각국의 말로 최초법어를 동판에 새겨 넣었다. 물론 한국어로도 쓰여져 있다.
팔정도·사성제·12연기 등 진리의 요체를 간단하게 설명해 놓아 보기가 좋다.
이 사르나트에는 아쇼카대왕 시절부터 많은 탑과 절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처음 법을 설하신 장소에 지름 30m의 거대한 다르마라지카 탑이 서 있었는데, 지금은 허물어져 그 자취만 남아있고, 그 인근에 다르마라지카 탑과 쌍벽을 이루던 ‘다멕스투파’만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인도 국립박물관이 있다. 인도 특히 불교의 보물들이 수장된 귀한 곳이라 사진도 못 찍게 하고, 비밀이 샐까봐서인지 가이드의 설명도 못듣게 한다. 그냥 눈으로만 감상하라는 뜻이다.
불교 미술의 정수를 보는 것만 같다. 어떻게 이 아름다운 조각들을 빚어 놓았을까? 특히 박물관 제일 깊숙이 모셔져 있는 부처님상이야 말로 그 아름다움을 필설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마치 살아계시는 부처님을 우러러 뵙는 느낌이다.
박물관 중앙 홀에는 아쇼카대왕의 석주(石柱)가 서 있는데, 꼭대기에는 네 마리의 사자가 포효를 한다. 이 사자상이 오늘날 인도의 문장이라 하니 그 가치를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꼬마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닌다. 기념품을 사라는 것이다. 꼭 세 손가락마디 만한 돌에 새긴 예쁜 부처님 상이다. 아름답다. 값도 싸다. 부처님상은 어떻게 빚어도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1.
바라나시 십이키로 전쟁같은길
오토렉샤 몸을싣고 사르나트에
무상정각 설파하신 초전법륜지
불교교단 시작된곳 녹야원에는
교진여등 다섯제자 법을받들고
황금불상 아름다움 눈이부시네
2.
두극단을 배격하고 중도의길을
분명하게 선언하신 석가모니불
팔정도와 사성제와 십이연기등
고집멸도 원인끊고 열반의길로
범부중생 불보살로 이끄신자비
여시아문 미의극치 초천법륜상
여의도교당 교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