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가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나라를 구해달라’는 투발루 타바우 테이 부총리의 호소는 자국을 전쟁으로부터 보호 해 달라는 외침도, 기아에 허덕이는 자국민을 도와 달라는 외침도 아니었습니다.
1년에 1미터씩 해안이 사라지는 비상사태에 처해 있는, 그래서 50년 후에는 나라 전체가 가라 앉아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는 지구온난화의 상징 투발루. 이 때문에 투발루 정부는 국민 1만 1000여 명을 가까운 다른 나라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00년, 이웃나라에 자국민 모두를 이민자로 받아 줄 것을 호소했으나 호주 정부는 집단 이민을 거부했고, 뉴질랜드는 1년에 75명씩만 이민을 허용한 상태입니다.
또한 투발루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도보나 자전거 사용을 권유하고, 돼지우리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조차 걱정 돼 가정용 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유해가스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1일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73t, 한국은 9.61t, 뉴질랜드는 8.04t에 이른 반면, 투발루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46t에 불과하다고 하니 지구 온난화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있는 투발루 국민은 억울할 것입니다.
지난해 2월, 투발루 사람들은 가장 큰 침수 사태를 겪었습니다. 바닷물이 민가에 슬금슬금 차기 시작해 돼지우리도 닭장도 쓰레기장도 물에 잠겼습니다. 마당은 물론이고 방 위로도 20cm 정도 물이 차올랐습니다. 이 때 해수면의 높이는 투발루의 해발 고도를 넘어선 3.48미터. 97년 폭풍이 치던 어느 날에는 섬을 메웠던 야자나무들이 한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무인도도 사라졌습니다.
투발루 사람들은 모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서서히 잠겨가는 조국에서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첫 재난 국가가 된 투발루, 한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지구 온난화가 투발루의 위기일 뿐일까요. 물에 잠겨가는 지구가 당신에게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