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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4.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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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현숙 교수의 생활의 발견

사람들이 자주 쓰고 있는 일상 언어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행어들을 보면 사회상을 알 수 있다. 특히 신조어는 그 사회의 이슈가 된 사건이나 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 발표된 연도별 신조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외환위기 이후 큰 사회문제로 부각된 ‘취업난’ 및 ‘실업 관련’ 신조어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가 되면 직장에서 퇴출)’, ‘사오정(45세면 정년이다; 조기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붙어있으면 도둑놈)’ 등과 같은 말은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해진 단어들이고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는 20대 비정규직을 상징하는 말로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달픈 삶은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부모세대 또한 퇴직 걱정으로 노심초사 하며 살아가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회자되었던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등의 생선시리즈는 ‘동태족(한 겨울에 명예퇴직한 사람)’,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이 받은 명예 퇴직자)’, ‘생태족(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 당한 사람)’, ‘애봐족(집에서 할 일 없이 애보는 사람)’ 등으로 파생되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취업 후에도 습관적으로 구직 활동을 계속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구직 중독증’, 재취업 혹은 재취학을 위해 몰래 공부하는 ‘도둑 공부’, 어학연수나 유학을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영어 난민’이란 신조어도 유행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오륙도’ 부모와 ‘장미족’ 자녀들로 구성된 가정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한 가족 해체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오륙도’ 부모가 되지 않고 60대, 아니 80이 넘어도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남아있으려면, 그리고 ‘장미족’ 자녀가 되지 않고 바로 취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른바 ‘살아남기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살아남기 생존전략이라고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뾰족한 묘수 뭐 그런 것은 아니고 생활철학으로서 실천하다 보면 그만큼 취직이 쉬워지고 해고되지 않고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일종의 ‘마음가짐’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진부하고 평범한 내용이지만 이 ‘마음가짐’을 실천함으로써 ‘인연 만들기’와 ‘복 짓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첫번째 ‘마음가짐’으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들 수 있다. 유비무환이란 ‘미리 준비해두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직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게 된다.


준비된 자만이 행운을 얻을 수 있다. 그 예로 지난 3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공연을 펼친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Salvatore Licitra)의 성공담을 들 수 있다. 리치트라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공연을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펑크를 내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그 대타로 나섰다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장에 맡은 배역은 아니지만 언젠가 맡게 될지도 모르는 역할을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번째 ‘마음가짐’으로 “내가 ~라는(~한) 사실을 알리지 말라”의 정신을 들 수 있다. 즉 “내가 결혼한 아줌마란 사실을, 내가 노인이란 사실을, 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어제 밤 샌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이러한 ~라는(~한) 사실을 숨기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밤을 샜기 때문에 수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밤샌 것은 내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애기가 아파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거나, 일하다 저녁밥을 지으러 집으로 가버리거나, 나이가 들어 힘쓰는 일은 못한다고 동료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개인적인 사정을 내세워 남에게 폐를 끼치려 든다면 ‘기피대상 1호’ ‘정리대상 1호’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일에는 연관 짓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다져둬야 할 것이다.


세번째 ‘마음가짐’으로 ‘10% 더!’의 정신을 들 수 있다. 즉, 상대가 요구한 것 보다 10%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원불교의 ‘복 짓기’와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키지도 않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는 게 괜히 손해 보는 짓 같아서 영 내키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 10% 더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인해 손해는커녕 오히려 복을 받게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본 유학 시절 파워하우스라는 대행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지정해준 시청이나 구청에 가서 주민표 장부를 열람하여 이름과 주소, 성별, 나이 등을 적어 오는 일이었다. 기본으로 할당된 양만 적어오면 되는데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의 두 배 가까이 적어왔다.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뽑아준 사장님에 대해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지만, 평상시 10% 더 하자는 마음가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조그만 복 짓기는 큰 복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사장님은 지방에 출장 갈 때에는 자신이 요구한 것보다 항상 많은 결과물을 가져 오는 나를 데리고 가시는 것이었다. 덕분에 신칸센도 공짜로 타보게 되었고, 공짜로 일본의 전국 각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공짜로 여행하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출장비까지 따로 나왔다. 10% 더 하려는 마음가짐을 실천함으로써 커다란 복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이상으로 세 가지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해 보았는데, ‘오륙도’ 부모와 ‘장미족’ 자녀가 되지 않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문교당 /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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